

이왕에 나온 몸, 차를 돌려 흥국사로 향한다. 흥국사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형님의 친구를 찾아보는데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연기와 공해를 내뿜는 여천공단을 지나 흥국사역을 지난다. 시골이라 청정지역인줄 알았는데 공장마다 굴뚝에선 연기를 뿜는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목적지 근처다. 비어있는 자리에 차를 대고 흥국사로 들어선다. 나라의 융성을 기원하기위해 건립한 사찰이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란다.
해마다 봄이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영취산 진달래 축제, 언제부턴가 진달래로 붉게 물들이는 영취산엘 와 보리라 생각했었는데 영취산 자락에 흥국사가 있다. 화강석으로 만든 아취형 무지개다리, 홍교가 있다.
마음을 하나로 다스린다는 일주문을 지난다. 들어서는 입구에 석등 비슷한 부도(승려의 무덤을 상징하는 것으로 시신을 화장한 후 나오는 유골이나 사리를 모셔두는 곳)가 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발을 담그고 싶지만 그냥 오르기로 한다. 우거진 숲, 초록이 밝다. 절마다 소원 성취를 발원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석등앞에 서 본다. 대웅전 앞에 용모양의 석상이 대웅전을 지키고 있다. 대웅전의 후불탱화는 보물로 정해져 있단다. 문틈으로 보이는 섬뜩한 조형물, 누군가를 노려보며 꾸짖는 모습이다. 생활 속에서 잘못을 뉘우치라고 꾸짖는 그 모습이다.
담쟁이 넝쿨로 둘러싸인 오래된 절간은 조용하다.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했지만 그래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만한데 너무 조용하다. 올라 갈수록 빼어난 경관이다.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모시고 그가 살아가신 일생의 모습을 8폭의 탱화로 그려 모신 곳, 팔상전이다.” 8상은 법화경의 주존 불인 석가여래의 일생을 크게 8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 것을 말한단다.
응진당을 지나 숲길을 한참 걸어가면 요사채가 있다. 우린 마루에 걸터앉아 얘기를 나눈다. 내려오는 길 범종각에서 동종과 법고를 본다. 돌부처가 많다. 그냥 지나칠 뻔한 사찰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늠할 수 있는 곳, 흥국사가 흥하면 나라도 흥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도 흥한다는 사찰을 둘러보면서 사찰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