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한반도 상황 변화와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남한 정부의 대북 스탠스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유씨를 석방한 것은 남측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번 8·15 경축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남북관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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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던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가 13일 136일 만에 풀려난 가운데,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트럭들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파주=이제원 기자 |
대신 인도적 분야에선 민간 방북과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의 물자 반출 제한을 완화하는 등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개성공단 관련 규정 재협상 문제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관련 중대 현안이기도 했던 유씨 문제가 해결된 것은 향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공단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조치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남측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양 교수는 “유씨 석방이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남측 정부의 대북 접근 의지”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유씨 석방이 갖는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우리 국민과 다른 나라 사람들을 심심찮게 억류해온 행태를 결코 용인할 수 없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이 한반도 현실의 일부”라면서 “바로 그 현실 때문에라도 남북 간에 대화의 채널이 있어야 하며, 그래서 이번 광복절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위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또 남북관계 개선이 없다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가 북미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가 남한이 오히려 ‘객(客)’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수위의 차이는 있었지만, 북한은 그동안 한결같이 소위 ‘통미봉남’을 시도해 왔고, 지금 그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언제든 상황 진전이 이뤄질 수 있지만, 문제는 한반도의 주인이 대한민국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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