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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 억류에서 석방까지

입력 : 2009-08-13 21:33:20 수정 : 2009-08-13 2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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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월30일 체제비난 이유 유씨 데려가
클린턴 방북·현대 물밑접촉 주효 풀려나
3월30일 오전, 여느 때처럼 개성공단에서 숙소 관리 업무를 하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에게 북측 당국자들이 들이닥쳤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유씨가 “존엄 높은 공화국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책동했다”는 포고문을 낭독한 뒤 유씨를 일방적으로 데려갔다.

당장 정부는 즉각적인 유씨 접견을 요구했다. 이에 북측은 “남북 간 출입·체류합의서에 따라 건강과 신변안전 등은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3일부터 일주일간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매일 개성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북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초기만 해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남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로 맞서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유씨 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 떠올랐다. 사태를 관망하던 정부는 13일부터 북측을 비난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유씨 건강 상태나 북한의 조사 정도, 사태의 원인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댔다. 심지어 유씨가 개성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묻지마 억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억측이 난무했다. 정보원 신분을 숨긴 채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 적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5월15일 대남 통지문에서 유씨를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고 규정해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은 남측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는 비슷한 시기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과는 판이한 대우였다. 북한은 여기자들에겐 접견을 허락하고 조사, 재판 날짜까지 친절히 공개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여기자 사태를 철저히 북미대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했지만 유씨 사안은 남북관계 차원과는 무관했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인 건 억류 석 달이 넘은 7월 들어서다. 7월2일 열린 3차 개성실무회담에서 북측은 “곧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때부터 현대아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중국 선양 등지에서 북측과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 한 달 넘게 진행된 접촉을 통해 양측은 입장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지난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 여기자들이 풀려나자 사태 해결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전격 방북길에 올랐고 유씨가 8·15 광복절 이전에 풀려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결국 유씨는 현 회장 방북 나흘째인 13일 억류 136일 만에 풀려나 남한으로 돌아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은 어차피 국면전환을 위해 유화적 제스처가 필요했다”며 “이에 따라 미 여기자 석방 이후 순차적으로 유씨 문제를 해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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