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송환은 일단 남북관계에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이 문제를 해결한 북한이 대남 화해 메시지를 던졌다는 측면이 그러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행에 따른 북미 관계개선의 연장선으로 읽혀지는 것이다.
북의 그 조치에 우리로서도 뭔가 화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쌀, 비료 등 중단된 인도적 대북지원과 인적교류 재개 등은 쉽게 예상된다. 내일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호적인 대북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북 관계 개선까지는 아직 멀다. 정부는 혹시라도 유씨 석방에 들떠 성급한 대북 접근을 해선 안 된다. 유씨 석방은 냉정하게 보면 ‘원상 회복’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유씨의 억류 경위와 북한 의도 등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6·15, 10·4 선언 존중과 그 이행을 위한 각종 협의체 구성 등은 후순위다.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의 직접적 원인인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해 성의있는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GPS고장으로 북한해역에 들어간 연안호 선원도 인도주의 정신으로 빨리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기회가 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핵 문제의 위중함을 망각한 감성적 접근은 금물이다. 유씨 석방과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는 별개다. 북이 통미봉남 정책을 접고 6자회담 틀로 복귀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일련의 화해 기류를 굳건한 한미공조 아래 이성적이면서도 실용적으로 판단해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안인 유씨 문제를 풀었으니 다른 문제도 차분하게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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