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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銀 고객 비밀주의 ‘불안한 미래’

입력 : 2009-08-13 21:15:45 수정 : 2009-08-13 21: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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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美에 비공개 계좌 명단 일부 넘기기로 합의
국제 금융계 파장… 일각 “여전히 안전한 투자처”
스위스가 미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스위스 대형 은행인 UBS의 미국인 고객 명단 일부를 미국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국제 금융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스위스의 일부 은행들은 외국인 비밀 계좌 운영을 통해 수익을 올려왔으며 그 규모가 2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국세청은 그러나 미국인들이 해외에 있는 비밀 계좌 운영을 통해 이뤄지는 탈세 단속을 위해 스위스측에 미국인 고객 명단을 넘겨줄 것을 요구해왔다.

UBS는 미국인 고객 5만2000명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와 UBS, 미국 정부는 이 중에서 5000∼1만명의 명단을 미국측에 제공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양측은 세부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해외에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 명의로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스위스는 미국인과 관련이 있는 유령 회사의 명단도 미국측에 제공하게 된다. 미국 국세청은 UBS에 비밀리에 자금을 예치해온 미국인들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해 거액의 벌금과 추징금을 징수할 계획이다.

미국 국세청은 미국인들이 해외 비밀 계좌에 예치해놓고 있는 자금의 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 같은 탈세 단속을 위해 UBS에 미국인 고객 5만2000명의 명단을 넘겨 달라는 내용의 민사 소송을 올해 초 제기했다. UBS와 스위스 정부는 고객 정보 공개가 수세기 동안 유지돼온 스위스 은행의 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미국측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온 미국과 스위스는 지난달 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미셸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UBS 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UBS는 미 법무부로부터 기소를 면하는 대가로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에 대한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데 부담을 느껴온 스위스 정부와 금융가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 국제적 논란이 매듭지어진 데 대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고객 정보가 미국 정부에 넘겨지면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은 고객 비밀주의의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며, 다른 국가의 조세 당국도 이 같은 전례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13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뉴욕 주재 금융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스위스는 더 이상 세금 천국으로 남지 못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스위스 은행들이 여전히 외국 자산의 안전한 투자처로 선호되고 있어 UBS의 타격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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