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율 0점대… 조범현 감독 “팀 마무리 열쇠”

유동훈은 11일 광주 롯데전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시즌 13세이브를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홍성흔, 이대호, 카림 가르시아로 이어지는 롯데의 중심타선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투구 수도 10개에 불과했고 이대호는 공 3개로 삼진으로 솎아냈다.
잠수함 투수 유동훈은 지난달 30일 부산 롯데전 포함해 최근 6경기에서 잇따라 세이브를 따냈다. KIA가 10연승을 달리는 동안 6경기의 마무리를 혼자서 책임진 셈이다.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한 유동훈은 6월부터 팀의 실질적인 소방수 노릇을 하고 있다. 올 시즌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날린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4월에 두 차례 패전을 안았을 뿐 이후에는 패를 기록한 적이 없다.
특히 유동훈의 투구 내용이 돋보이는 것은 실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4일 한화전에서 1점을 내준 유동훈은 이후 10경기에서 1점도 잃지 않았다. 덕분에 시즌 방어율 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57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4자책점을 허용하는 데 그쳤다. 방어율은 0.63.
유동훈은 규정이닝(팀 경기수·현재 KIA는 90경기 소화)을 채우지 못해 이 부문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경기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 실점하지 않는다는 것은 마무리투수로서 가장 뛰어난 덕목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연투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유동훈은 2005∼07년 군 복무 때문에 공백이 생긴 바람에 지난 시즌 중반 체력이 떨어져서 고전한 바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유동훈의 등판 간격과 투구 이닝을 적절히 조절해주고 있다. 유동훈이 늘 최고의 구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면에서 배려하는 셈이다. 조범현 KIA 감독은 “유동훈이 팀 마무리의 열쇠”라며 “유동훈이 못 던질 상황이 되면 서재응이나 곽정철 등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유동훈에 대해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KIA는 올 시즌 전반기에 마무리투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 주전 마무리였던 한기주가 8번이나 세이브를 날리면서 뒷문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결국 한기주는 지난달 15일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며 2군으로 내려갔다. 현재 재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팀 전력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유동훈은 1999년 KIA 전신인 해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10년 차이지만 주로 중간계투로 뛴 탓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직구에 힘이 부쩍 붙었고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싱커가 잘 먹혀 뒷문을 확실히 걸어잠그면서 주목받고 있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