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왕들의 일상을 다룬 ‘조선 국왕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이 나와 절대군주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책은 왕이 태어나는 장소부터 교육 절차, 왕비 간택, 업무의 실상, 왕이 갖춰야 할 교양의 종류, 조선시대 제왕학의 변천, 왕이 사는 집 궁궐의 이모저모 등 왕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뤘다. 심지어 왕을 모신 궁중 여인들의 삶, 국왕의 건강을 책임진 식치, 왕실의 잔치와 궁 밖 행차, 왕의 죽음과 왕실의 사당 종묘까지 역사학, 문학, 국악, 풍수지리학 등을 전공한 한국학 전문가들이 세밀하게 파헤쳤다.
‘왕은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를 기술한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은 예치를 지향했거니와, 세자는 성장과정에서 수많은 의식을 치르면서 예학을 몸소 습득하게 돼 있었다”며 “영조는 왕이 되기 전 부친인 숙종과 형 경종의 질병을 연속해서 치료하느라 10년 넘게 시탕을 하면서 효를 실천했다”고 밝혔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왕의 반쪽, 왕비의 탄생’에서 “왕이나 세자가 신부를 고를 즈음이 되면 전국적으로 금혼령을 내리고, 집안과 용모, 행실 등을 고려하여 간택을 하게 된다”며 “왕비의 용모는 오늘날의 기준에서 볼 때 미인이라고 보기 힘들었으며, 전체적으로 반듯하고 견실한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신성과 세속 두 세계를 관장하는 국왕의 업무 내용을 천착한 정호훈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왕은 평소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임금은 국정을 수행하느라 새벽에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하여 한밤에 밥을 먹는다는 ‘소의간식(宵衣 食)’이라는 말이 있듯이 왕은 국정 수행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야 했다”고 소개했다. 왕이 처결해야 할 업무는 행정·사법·외교 등 가릴 것이 없었고, 대부분의 국정은 대궐 안에서 이뤄지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주 대궐 바깥으로 거둥해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도 해야 했다.
‘통치술로서의 한시’를 집필한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임금이 연회를 베풀고 신하와 시를 주고받는 것은 유흥을 목적으로 한 것만이 아니라 고도의 통치술이었다고 해석했다. 즉, 통치권자가 잔치를 베풀고 여기에 더해 정성이 깃든 ‘문학적인 선물’을 줌으로써 정서적인 소통을 이뤄나갔다는 것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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