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왕관은 ‘권력과 기품’의 상징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이에 권력과 영예, 아름다움에 추구하며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열망을 보여주었다.
최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미실과 선덕여왕, 두 여자의 왕관을 사이에 둔 권력싸움의 흥미로운 전개로 연일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시청자들의 사랑 받고 있다.
또한 얼마 전 ‘2009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는 56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진’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美의 대결을 펼쳤다. 매년 불거지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논란 역시 왕관의 주인공에 대한 높은 관심의 표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왜 왕관에 열망하는 것일까?
# ‘가지지 못한 것’에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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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의 고현정(왼쪽)과 선덕여왕 역의 이요원. |
태어나면서부터 ‘왕’의 신분을 가진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능력으로 ‘왕’ 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왕관은 삼국시대 삼국의 왕이 머리에 쓰던 모자를 시초로 금세공이 발달했던 신라시대 금관으로 왕관문화에 꽃을 피웠다.
신라의 금관은 ‘생명의 초인적인 힘’과 ‘금관의 주인은 사람을 다스릴 수 있는 지도자’를 상징하는 出자 형의 세움 장식과 새의 날개 장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은 최고의 권력을 상징하는 신라의 금관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사투를 벌인 인물이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권력다툼에 선덕여왕과 함께 중심에 섰던 그녀는 황후의 자리에 올라 신라를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인물이다.
그녀의 왕관에 대한 욕망은 다분히 남성적 성향이 강하다. 그녀에게 왕관이 의미하는 것은 신라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가지지 못한’ 한가지 인 것이기에 더욱 갖고 싶은 것이다.
# 최고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격부여
왕관에는 권력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美를 향한 여성의 열망의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포함한 수많은 미인대회들이 난립하고 있는 최근의 실정은 최고의 ‘美’를 향한 여성들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여전히 미스코리아 진은 검색 순위에 오르내리며 네티즌의 관심을 받고 젊은 여성들은 미스코리아가 되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대한민국 여성 중 ‘美’의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이고 그것의 상징인 왕관에 열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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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미스코리아 김주리와 미스코리아 왕관 ‘동양의 빛’ |
사실 현대에 와서 왕관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 결혼식의 신부의 왕관이나 미인대회에서 뽑히면 씌어주는 것으로 기존의 고귀함보다는 대중적인 액세서리로 자리를 잡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는 선덕여왕의 왕관을 리바이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왕관이 제작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스코리아 왕관을 금관으로 제작한 점이 새로웠는데 신라시대의 금 세공기술을 훈민정음과 한글의 자음, 모음을 이용하여 현대적으로 잘 살려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도 황후가 아닌 것이 싫습니다. 저는 이제 황후가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미실은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왕관의 권력을 열망하고 있다. 모두가 갖고자 하지만 당대 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한가지, 그것이 바로 왕관인 것이다.
타고난 부와 권력, 아름다움을 모두 가졌어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타고난 ‘자산’과 ‘노력’이 ‘최고’라는 타이틀로 완성되는 순간이 바로 왕관을 손에 쥐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피현정 (브레인파이 대표, 패션&뷰티 스페셜리스트) 블로그 blog.naver.com/brain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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