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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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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피해 영원히 사는 방법은 없을까? 저 멀리 고대 중국의 진시황부터 오늘날 인간 복제를 꿈꾸는 사람들까지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기피하지만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 수백년 전 인물인 벤저민 프랭클린이나 키에르케고르는 그래서 “이 세상에 누구나 한번 죽는다는 것 이외엔 확실한 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죽음은 누구에게나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단지 언제·어떻게의 문제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파이널 엑시트/마이클 라고 지음/이경식 옮김/북로드/3만원

마지막 여행/매기 캘러넌 지음/이기동 옮김/프리뷰/1만6000원

마이클 라고 지음/이경식 옮김/북로드/3만원
정다빈·최진실·장자연 등 배우들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 마이클 잭슨, 그리고 가까이는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까지 지구촌에는 매일 수천 수만 명이 죽어가고 있다. 노환, 질병, 자살, 총탄, 심장마비, 교통사고, 지진, 화재, 벼락, 교수형 등 일상적인 원인에 의한 사망도 있지만 비행기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회전문을 밀고 지나가다가, 스키를 타다가, 물침대에서 자다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음료나 과자를 먹다가, 이혼을 준비하거나 이혼을 한 뒤에,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혹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다가 죽는다. 연인과 사랑을 나눈 후 정자 알레르기로 사망한 여성의 사례도 있다.

때로는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괴이한 물체, 웃음, 인체 자연발화 같은 기이한 원인으로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폭식과 폭음, 유행 다이어트, 거식증, 낙태, 약물남용, 알코올 중독, 번지점프,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전혀 새로운 원인과 바비큐, 나쁜 말, 배기 팬츠, 얼어붙은 화장실 등 죽음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원인들에 의한 사망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안락사나 존엄사도 새로운 죽음의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매기 캘러넌 지음/이기동 옮김/프리뷰/1만6000원
미국 작가인 마이클 라고는 로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충격적인 죽음의 사례들을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거쳐 집대성한 ‘파이널 엑시트―죽음에 관한 백과사전’을 통해 무대 공포증·딸꾹질부터 스페인 독감과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인류 역사상 특이한 최후를 맞이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른 길을 낱낱이 해부했다. 400개가 넘는 의학 관련 자료와 역사 도해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는 책은 물감을 대신해 글과 숫자로 그린 인간 운명의 초상화라 할 만하다.

죽음과 관련된 수치와 경향들을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몇몇 행동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은 언제든지 놀라울 만큼 새로운 방식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자기 머리카락을 비틀고 꼬는 것은 물론, 머리카락 끝을 입에 넣고 씹던 한 여성은 하루에 세 끼씩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21세 때 아사했다. 부검 결과, 여자의 위장 안에는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축구공만한 공(헤어볼, 모발위석)이 들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위장 안에 계속 머물면서 그녀의 몸이 영양소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확실히 옛날 사람들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고, 혹은 살해된다”며 “휴대전화기나 세탁기, 잔디 깎는 기계에서부터 인류가 만들어낸 수없이 많은 종류의 약에 이르는 모든 것들이 죽음이라는 마지막 출구로 우리의 등을 떠민다”고 말한다.

◇교수형 장면. 식민지시대부터 2009년 현재까지 미국에서 사법적인 절차를 거쳐 사망한 사람은 1만9200여명이다.
더욱이 말(馬) 혹은 마차에서 자전거, 자동차, 기차, 우주선까지 진화한 교통수단의 변화는 죽음의 지형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스노보드나 행글라이더를 타는 현대인의 여가 활동은 삶의 영역을 한껏 넓혀 왔으나, 그만큼 죽음에 이르는 길도 넓혀 왔다. 한 예로, 2003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음주운전자들에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도록 하는 새로운 음주운전 법령이 발효된 뒤로 자전거로 인한 사망사고가 세 배나 늘어났다.

“죽음 직전의 죽어가는 과정은 슬프고도 심각한 사건이고, 모든 죽음은 비극”이라고 단정하는 저자는, “죽음은 어차피 회피할 수 없는 관문이므로 먼저 이 세상을 작별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이해하면 현재의 자기 수명보다 최소한 2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이 삶의 마지막 출구를 더 늦게 통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지반 침하. 1930년 이후 미국에서는 원인불명의 땅이 꺼지는 사고로 2531명이 사망했다.
미국 호스피스 간호사로 근무하며 2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을 돌봤다는 매기 갤러넌의 ‘마지막 여행’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친절하고 꼼꼼하게 안내해 준다. 말기 환자 본인을 위한 장도 있고 간병인과 가족·친지들을 위해 쓴 장도 있다. 여러 다양하고 감동적인 사례들을 통해 죽음과 임종의 시간에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의학적, 정서적, 정신적, 현실적, 법적, 윤리적인 각종 문제들에 대한 현명한 카운슬링을 제공해 준다.

말기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환자 자신이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 존엄사를 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의사를 빨리 정해서 서류를 작성하고,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권고한다. 그래야만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급한 위기의 순간에 죄책감 속에 힘든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차,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은 사망자를 무수하게 양산했다. 1795년 이후 말과 마차와 관련해 사망한 사람은 19만2912명이다.
“누구도 살아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없다면 존엄스럽고 당당하게 떠나자. 우리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가망 없는 치료에 매달리며 비탄과 원망 속에 보낼 수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차분하고 뜻깊은 마무리를 하며 보낼 수도 있다.”

웰 다잉(well dying)은 언젠가 죽을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조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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