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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본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트롬본수석 임현수

입력 : 2009-07-06 17:15:14 수정 : 2009-07-06 17: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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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울리는 묵직한 중저음
“무대따라 색깔이 달라져요”
◇트롬보니스트 임현수는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의 등장 시간은 비록 짧지만 부담감은 만만찮다”고 했다. 한 음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보통 서로 다른 음을 내 화음을 만들기 때문에 한 연주자만 실수해도 조화가 무너지고 만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솔리스트인 셈이다.
이종덕 기자
‘볼륨은 감동이다.’

트롬본의 맛은 두터운 볼륨감에 있다. 트롬보니스트 임현수(34·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트롬본 수석)는 “가슴에 먼저 와 닿는 소리”라고 소개했다. 중저음의 낭만적 사운드를 간직한 악기는 태생부터 트럼펫의 저음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탈리아어로 트롬본은 ‘큰 트롬바(트럼펫)’를 뜻한다. 악기가 내는 소리는 낮고 굵다. 현악기에 비교하면 ‘비올라’와 비슷하다.

“색깔을 덧입히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있으면 잘 모르는데 없으면 바로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악기예요. 김치볶음밥 먹을 때 따로 나오는 김치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 김치가 주는 상큼함이 있어야 더 맛있잖아요.”

클래식이 낭만시대로 넘어오면서 ‘트롬본’이 바빠졌다. 오케스트라의 소리 자체가 커지면서 화려하고 장대한 곡들이 무대에 올랐고, 선율에 힘을 실어주는 트롬본의 등장이 잦아졌다. ‘가장 시끄러운 악기’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

“트롬본의 소리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혼의 소리가 푸근하고 넓다면 트롬본은 직선 소리가 나기 때문에 같은 저음을 내더라도 파워가 있어요. 트럼펫이 테크닉으로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트롬본은 묵직한 소리로 가슴을 울리죠. 파워가 있는 감미로움이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오케스트라에 묻혀 있어 일상에선 낯선 이 악기가 그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 형이 학교 밴드에서 트롬본을 연주한 덕분에 집에선 늘 트롬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형이 쓰던 악기를 물려받은 게 결정적 계기였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들어갔고,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를 거쳐 독일 트롬본리 앙상블 수석단원으로 활동했다.

‘범범범’ 둥근 소리를 내뿜지만 트롬본을 통해 음을 내는 건 민감한 작업이다. 건반을 치면 정확한 음이 떨어지는 피아노와 달리 슬라이드 길이를 조절하며 음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예민한 귀’는 필수다. 입으로 부는 악기라 입술 모양도 중요하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잡혀 있던 틀이 금세 흐트러진다. 그는 “피아노를 안 치면 손가락이 근지럽듯이 며칠 불지 않으면 뭔가를 불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굉장히 불안해진다”며 웃었다. 애써 만들어놓은 복근이 사라지는 느낌이란다. 그래서 휴가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솔로 연주도 잦아졌다. 무대에 따라 트롬본의 색깔은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에선 덩어리의 힘을 보여줘요. 소리 자체가 무게감을 주는 거죠. 솔로 악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독주 무대도 많아졌어요. 화려한 기교를 맛볼 수 있죠. (슬라이드로 음을 내기 때문에) 팔의 테크닉도 덩달아 볼 수 있습니다.” 트롬본 악기의 솔로 가능성은 스웨덴 출신의 트롬보니스트 크리스티안 린드버그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 린드버그가 연주한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은 트롬본의 색깔을 제대로 살려낸 대표작으로 통한다. 한국의 금관악기 역사는 길지 않지만 성장 속도는 빠르다. 그 ‘빠름’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11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서울 브라스 앙상블’은 트럼펫, 트롬본, 호른, 튜바 등 10명의 금관악기 연주자가 함께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는 ‘꽃’으로 비유된다.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가 뿌리, 줄기, 잎까지 나무를 키워놓으면 금관악기가 ‘빵’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거죠. 이번에는 그 꽃들만 모아놓은 무대입니다. 트롬본, 트럼펫, 호른, 튜바가 어울려 내는 소리가 악기 빛깔만큼이나 반짝거리죠.”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을 시작으로 헨델의 ‘시바 여왕의 도착’, 비제의 ‘카르멘’, 아르방의 ‘베니스의 사육제’ 등이 연주된다. 2만원. (02)3487-0678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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