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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조사·발굴기관 태부족… 보물급 유물들 ‘푸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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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조사 수요 연간 1400건중 800건만 가능
‘미륵사지 금동풍탁’ 35년 넘게 국가귀속 안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1974년 전북 익산 미륵사터에서 발견한 ‘미륵사지 금동풍탁(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은 국내 범종 모양의 원형으로 보물급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발견 후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있다. 1998년 옛 문화재관리국이 원광대에 국가귀속시키라고 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엔 감사원까지 나서서 조속한 이행을 지시했으나 절차가 지연돼 여전히 원광대에 보관중이다.

우리나라 매장 문화재는 발굴은 물론이고 보존 과정에서도 제대접을 받기 힘든 신세다. 신도시건설 등 대규모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사에 앞서 유물을 발굴하고 이를 보존·처리해야 하는 전문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국내에는 대학·국가기관·전문법인 등에서 147개의 조사·발굴기관이 활동중이다. 조사전문인력은 2000여명 수준. 이들 기관은 지난해 지표조사 1534건, 발굴조사 1382건을 실시하는 등 매년 2500∼3000건의 지표·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한 기관이 연간 15∼20건 정도를 맡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연간 국내 발굴조사 수요가 1400건 정도인데 현재 조사인력으로는 800건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사·발굴기관들은 암묵적으로 지역간 활동 구역도 나눠져 있어 다른 지역 조사기관을 섭외하기도 쉽지않다. 그러다보니 개발사업자들은 “지표·발굴조사를 이행하지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공사를 마냥 미루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바라고 있다. 현재 3만㎡ 이상으로 되어있는 지표조사 의무 개발면적을 10만㎡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이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문화재 조사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조사인력 양성제도를 개선했다.

하지만 조사기관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지역 한 조사기관 연구실장은 “정부가 설립요건을 너무 풀어줘 서너명이 1억원 정도만 있으면 세울 수 있다”며 “문화재조사기관은 원칙적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기관인데 전문법인의 경우 운영비 등을 만들어야하니 영리를 추구하지않을 수 없고 부실조사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기동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규제를 완화해 조사인력이 여러 곳을 동시에 발굴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지만 이로 인해 발굴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질테고 유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사기관 중에는 영세한 곳도 있다보니 불필요하게 지표조사 범위를 넓히거나 기간을 늘이는 방법으로 사업자에게 돈을 많이 청구하려한다는 공사 시행자들의 불만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문화재 발굴과 보존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발굴비용은 개발사업자가 부담하는게 맞지만 보존을 해야할 때에는 국가에서 보조를 해줘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병현 숭실대 사학과 교수는 “개발사업자와 국가가 문화재 보존을 놓고 싸워야하는데 국가는 쏙 빠지고 사업시행자와 발굴하는 사람의 다툼이 돼 버렸다”면서 “지정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보존할 유적이 나오면 국가에서 땅을 매입해야하는데 사주지도 않고 개발도 못하게 하니 보존 얘기를 꺼내는게 민망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엄형준·조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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