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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공항에서 12시간 대기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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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3 15:47:18 수정 : 2009-06-23 15: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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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우리 일행은 플러리다 올랜도(Florida Orlando) 공항에서 뉴욕으로 새벽 5시 20 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이모님 내외께서는 무슨 스케줄을 이렇게 짰느냐고 야단이시다.

좀 더 있다가 주말에 사촌들이 오면 같이 구경도 더 하고 갈 것이지 너무 빨리 간다고 아쉬워 하신다. 그리고 무슨 비행기 출발이 새벽 5시 20 분이냐고 야단이시다.

이모님 댁인 푸르트랜드 파크(Frultland Park)에서 올랜도 공항 까지는 1시간이나 걸린다. 시간을 계산하니 5시 20분 비행기면 2 시간 전인 3시 20분까지는 공항에 도착을 해야 한다. 그러니 새벽 2시 20 분엔 집에서 출발을 해야 안심이다. 새벽 2시 20분에 못 일어날까 조바심하며 모두들 잠 한숨 못자고 안달거렸다.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다가 2시가 되서 모두들 깨워서 짐을 차에 싣고 이모부께서 운전대를 잡으시고 공항을 향해 새벽 길을 떠나니 웬 비는 그리도 장대 같이 쏟아지는지 정말 미안해 죽겠다. 내가 짠 스케줄이라 얼마나 모두에게 미안한지 고개를 못들겠다. 사실 표는 큰 딸이 사준거지만 어쨌든 이 여행의 안내자는 나 자신이니 모두가 내 책임이다.
 
비가 줄기차게 쏟아지는 길을 달려서 올랜도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 반쯤 되었다. 이모부, 이모 얼른 집에 돌아 가셔서 더 주무세요! 하고 우리 일행은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국내선은 모두가 자기가 비행기 표를 컴퓨터에 신용카드로 입력하고 뽑아야 한다. 난 그런 걸 평생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된다마는 모르면 영어야 조금 하니 직원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니 괜찮다.

사실 요즘은 컴퓨터에서 좌석 번호까지 다 입력하고 프린트하면 되는데 그 생각을 못했다. 그래도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커내 한국에서 온 동생이 보는 앞에서 근사하게 폼잡고 컴퓨터를 두들겨서 비행기 좌석표를 쓰윽 꺼냈다. 나 잘하지?  아주 자랑 스러웠다 내가 이런것도 하다니!

짐은 손가방뿐이니 부칠건 없고 그냥 하나씩 메고 끌고 검사대로 갔다. 그런데 버지니아 리치몬드(Virginia Richimond)에서 플로리다에 올 때도 우리짐은 검사대를 통과할 때 연신 삐비비 소리가 나더니 이번엔 화장품을 비닐백에 다 넣고  핸드폰 다 끄고 조심을 하는데도 또 검사대 통과 할 때 삐삐 거린다. 리치몬드에서 올 때는 그냥 통과한 물건도 올랜도에선 삐삐 거린다. 동생 가방도 걸리고 언니 가방도 걸리고 시간을 지체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서 검사를 하다 걸린 가죽 백 닦는 액체를 가져 가라고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니까 모른댄다. 많이 걸리면 비행기 못 탄다고 내가 그냥 버리고 가자고 서둘렀다. 문제가 된 액체 병 하나를 포기하고 시간이 30분 남으니 비행기 못 탈까봐 부랴부랴 우리가 가는 92 번 게이트에 헐레벌떡 도착을 했다.

그런데 손님들이 이리도 없을까? 아주 조용하다. 비행기가 일찍 간 거 아녀 이거? 두리번 거리니 언니가 저기 직원한테 가서 표보이고 물어 보랜다. 나는 건너편에 가서 직원에게 내 표를 보이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 직원 말이 "이건 저녁 5시 20분인데요"한다. "앞으로 12시간 남았습니다" 아니, 뭐? 다시 한번 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5.20 P.m .이라고 A.m이 아니고! 크으! 이런 이런 A,m과 P.m을 잘 안보았군. 어쩌면 좋을까?

이런 바보, 천지, 덜렁이, 영어로 스투피드! 미련곰탱이에 충청도 말로 멍충이, 멍칭이, 우리 할바버지 말씀으로는 벅커리(바보)!

언니와 동생에게 이거 저녁이래. 하니 뭐? 하고 깜짝 놀란다. 그러니 평소에 대충대애충. 건성건성하는 습관이 이런 큰 실수를 가져 오는 것이다. 복잡한 것 싫고 단순 무식한 나는 요즘 한국아이들 말로 단무지다. 단무지란 ? 단순 무식하다는 뜻이다.
직원이 나를 보더니 방법이 하나 있다고 한다. 아틀란타(Atlanta)에 가는 비행기가
9시에 있는데 그걸 타고 아틀란타에 가서 뉴욕 가는 비행기로 다시 스탠바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틀란타에서 뉴욕 가는 비행기가 자리가 꼭 있다고는 보장은 못한댄다. 집으로 남편에게도 일이 이렇게 되었다 뉴욕 공항에 마중 일찍 나오지 말고 12 시간 연기하고 오후에 나오라고 했다.

남편 의견은 일이란 꼬이기 시작하면 단추를 처음 잘못 끼운것처럼 꼬이니 아틀란타로 가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 그냥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휴우….

일행에게 고개를 못들고 자신을 질책하고는 게이트에서 나와 넓은 곳으로 나왔다. 햄버거 그리고 스테이크, 음료수 파는 곳이 여기 저기 있다. 일찌감치 긴 벤치 하나를 자리 잡고 앉아서 못잔 잠을 즐겼다. 누가 가방 가져 갈까봐 다리 하나는 가방위에 걸치고.

아침 8시쯤 되니 매릴랜드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5시 20분 비행기니 지금쯤 뉴욕에 왔겠네 한다. 소문이나 내지 말지 내 친구들은 대강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안다. 속으로 기가 막히고 챙피해서 얼버무리고 공항에 있단 말은 못하고 조그만 소리로 연착 됐어, 했다. 얼른 전화를 끓었다. 자세히 물어 보면 다 탄로날테니.

이런 사정을 이야기 하고 이모부를 부를까 하다가 그냥 또 나가기도 귀찮고 어제밤 잠못잔 이모님 내외를 다시 괴롭히기가 싫었다. 연세도 젊지 않으시고 또 오후에 가게 문도 열어야 하시니.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내가 그런 실수를 하는 바보라는 게 들통나는 것도 애들말로 쪽팔리기도 했다. 

벤치에 앉아 자다 깨다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니 미국 뚱보들이 5분에 한 사람씩 지나 가는데 그런 사람들을 많이 못본 한국에서 온 동생은 그게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한다. 지루한 시간에 내 동생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시는 아메리칸 뚱보님들께 고맙단 말도 하고 싶다.

나는 미안하기도 하고 멋적은 것을 땜질하려고 미국의 비만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먹는 음식이 모두 기름기 천지고 인스턴트이니 살이 찔 수밖에 없으며 문명이 발달하여 살기가 점점 편해지니 사람들이 운동을 안해 몸이 비대해질 수밖에 없는데 저런 사람이 보다시피 5명중 하나이니 서로 보기에 챙피할 것도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미국사람 속에 있는 걸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도 된다. 한국에 가면 나는 뚱보지만 여기선 날씬한 편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그 지루한 12시간도 결국은 지나가고 우리 일행은 오후 5시 20분 뉴욕행 비행기를 탑승하여 무사히 뉴욕 집에 돌아 왔다. 평생 잊지 못할 올랜도 공항의 12시간 대기 추억이 되었다. 내가 얻은 큰 교훈은 무엇이든 분명히 확인하고 건성거리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상당히 성질이 급하여 서두르는 편이다. 내 서두름은 뜨거운 커피를 못마셔서 반쯤 찬 우유를 팍 부어 버린다. 충청도 사람이 느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나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온양온천 사람이나 내 급한 성질은 뜨거운 커피도 조금 식을 때까지 못기다리는 정도이니 말이다.

서두르는 것이 결코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람들이 좀 느리다고 해서 답답해 말자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다. 나중에 웃으려고 공항에서의 여러가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가지고 왔다. 휴우…다음부턴 정신 차려야겠다. 이 경험 또한 급한 내 성격을 고쳐주시려는 뜻이란 것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교훈으로 삼으려고 한다. 나 때문에 12시간이나 공항에서 기다린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이 지면을 통하여 진심으로 사과한다.

유노숙 뉴욕 통신원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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