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일명 '석궁테러'로 불린 사건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였던 김명호 교수가 대학을 상대로 낸 교수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보복한 사건이다. 사법부는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잘못하면 생명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흉기를 사용해 테러를 감행했다" 비난했고, 이에 김 교수는 "법을 고의로 무시하는 판사들처럼 무서운 범죄자는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사건은 나아가 '법치주의'를 불신하는 이들과 "나도 석궁을 쏘고 싶었다"는 비슷한 토로가 쏟아지며 '사법불신'을 상징하게 되었다. 현재 김 교수는 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하지만 <부러진 화살>의 작가 서형은 이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간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복합적 단면을 응축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 젊은 여성작가 서형이 <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 출간)을 펴냈다. 그는 법정을 향한 비난과 판검사들을 향한 질타가 시장통처럼 오가던 그 재판에 큰 흥미를 느끼고 그 사건을 분석하는데 2년을 매달렸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김 교수를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김 교수를 권력화된 사법부에 맞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굴의 싸움을 벌인 '위인'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김 교수를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솔직히 인간적으로는 좋아지지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오히려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고 실감이 난다.
이 책의 6장은 이 사건을 보는 여러 계층 사람들의 시선을 살펴보고 있다. 책은 "각계 다른 이들의 시각들이 어느 정도 모아질 때 대한민국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방향이 선명해질 것"이라며 "누구보다도 먼저 사법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먼저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손영숙 세계닷컴 기자 dears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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