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욕망을 억누른 유교 관습이 와해되기 시작한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에서 여성의 관능미를 느낄 수 있다.
관능은 ‘육체적 쾌감, 특히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작용’이라고 사전에 풀이돼 있다.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크론쇼라는 노인은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관능적인 쾌락이야말로 무엇보다 강렬하고, 무엇보다 절묘하네. 다행히 나는 민감한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라 혼신을 다해 관능을 충족시켜 왔다네. 이제 값을 치러야 하겠지.”
관능미는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이다. 정열의 불길을 지피는 사랑스러운 여인을 묘사할 때 쓰는 말이다. 다만 과도한 관능미는 천박하게 인식되고, 추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노골적인 외설이 관능미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도 있다. 어느 정도에서 억제된 관능미가 제대로 평가받는다.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는 관능미로 남자를 매혹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악녀나 요부가 나온다.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숙명의 여자’라는 말이다.
한국 영화사 최초의 관능파 여배우로 불리는 도금봉씨가 지난 3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임종을 앞두고 ‘세상에 알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겨 뒤늦게 소식이 전해졌다. 고인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요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세기의 요우(妖優)’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원조 팜므 파탈이다.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역동적 여성성을 잘 그려냈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그리워진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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