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투자 기피 영향 실물경제 ‘돈가뭄’ 올해 1분기 통화유통속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화당국이 경제를 살리려고 막대한 돈을 풀었는데도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는 올 1분기 0.687까지 추락했다. 이 수치가 0.6대까지 내려온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통화유통속도는 시중에 돈이 얼마나 빠르게 유통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낮을수록 돈이 덜 돌고 있다는 뜻이다.
통화승수 또한 지난 3월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0월 26.5에서 올 1월 22.5로 가파르게 떨어진 통화승수는 2월 들어 23.1로 소폭 상승했으나 3월에 다시 22.4로 하락했다. 통화승수는 은행이 신용창출을 통해 얼마 만큼의 통화를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의 하락 역시 돈이 그 만큼 돌지 않음을 뜻한다.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고, 기업들이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에 돈 쓰기를 꺼린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풀어놓은 유동성이 단기자금 시장에서만 맴돌아 실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총투자율은 올 1분기에 26.5%로 나타나 1988년 4분기의 26.0%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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