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미시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만화를 좋아하던 시절 ‘피구 왕 통키’만큼이나 좋아하던 만화 중에 ‘영심이’가 있었다. 불꽃슛이나 회오리슛 같은 하드코어(?) 장면들은 없었지만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로 시작해서 절대 끝나지 않는 ‘하나면 송’도 즐거웠고, 자신이 클레오파트라라도 되는 것처럼 왕경태에게 도도하게 구는 영심이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항상 왕경태에게 자신으로부터 4m 거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영심이가 하루는 1m 안으로 접근해도 좋다는 ‘성은’을 베푼다. 무엇이 영심이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그토록 무시하던 왕경태를 따라다니는 제삼자가 나타나 영심이의 눈에 왕경태가 새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남자친구가 예전 같지 않다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후배가 있었다. 즉시 나는 그 여학생을 왕경태처럼 따라다니는 역할을 일주일 정도 해주었고, 그 결과 후배의 남자친구로부터 욕을 먹을 수 있었다. 내 희생으로 후배와 남자친구의 사이가 다시 좋아지게 된 것은 물론이다.
제삼자를 이용한 질투심 유발작전 말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 서로 서서히 좋아하는 시기에 자신의 감정을 통제함으로써 상대방으로 하여금 ‘서운함’을 느끼게 하는 ‘셀프컨트롤’ 전략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들뜬 마음으로 바로 보내기보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시 시간차를 두고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내 경험상 자주 그런 모습을 보이니 상대도 적응을 해서 기다리지 않거나 뭐라고 하기도 하니 적당히 해야 한다. 또한 데이트가 끝나고 그녀가 택시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때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손을 흔들지 않고 한번 정도는 냉정하게 등을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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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
내 후배 한 명은 여자를 만날 때 문자메시지를 일부러 잘못 보내기도 한다. 자기 여자친구에게 뜬금 없이 ‘어! 오빠가 오늘은 좀 바빠서 힘들고 다음에 한번 보자!’라는 식으로 보내는 것이다. 여자친구로부터 ‘너 문자 잘못 보냈지?’라고 연락이 오면 그냥 ‘아∼ 내가 후배한테 보낸다는 걸 너한테 잘못 보냈구나 미안’ 하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내용상 여자 후배가 한번 보자고 했는데 거절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소지도 적다. 이는 상대의 질투심을 살짝 유발하기 좋은 방법이라고 본인은 주장한다.
상대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미시적 방법들은 이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누군가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며 질투심을 유발하는 방법은 감정적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추천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런 미시적 연애 전략들은 임기응변식 전략이므로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적절하게 활용했으면 한다.
듀오 대표연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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