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15분간 전화 회담을 갖고 유엔 차원의 확실한 제재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양국 외교부는 브리핑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로 합의했다.
외관상 두 정상의 통화는 매우 순조롭게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뒤늦게 알려진 속사정은 달랐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이날 공식 의제가 아닌‘북방영토’문제로 전에 없이 냉랭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소 총리에게 “러·일 관계의 민감한 문제(북방영토)에 관한 공(公)의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러시아 대통령궁이 밝혔다. 외교적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행간에 아소 총리에 대한 적지 않은 불쾌감이 담겨 있다.
두 사람은 원래 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회담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방영토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5월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신중한 외교해법’을 찾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소 총리는 지난달 20일 참의원 회의에서 “북방4개섬은 한번도 외국영토가 된 적이 없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 러시아의 불법점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화가 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 고노 마사하루 신임 주러 일본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러시아의 북방영토 주권을 의문시하는 일본의 시도는 교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아소 총리도 지지 않았다. 그는 30일 메드베데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단에 “(러시아의 북방 영토 불법 점거는) 일본의 공식 견해로 나와 메드베데프 간에 특별히 대화가 어긋날 일은 없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두 정상의 신경전은 이날 저녁 메드베데프의 자제요청 통화로까지 이어졌다. 효과적인 대북 제제를 위해 러시아의 협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북방영토 발언으로 자꾸 러시아를 자극하는 아소총리의 행보에 대해 일본 외교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적지않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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