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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입력 : 2009-05-28 17:16:26 수정 : 2009-05-28 17: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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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1일 개봉 ‘시선1318’ 단편 5편
◇국가인권위원회의 4번째 인권프로젝트 영화인 옴니버스장편 ‘시선1318’에 참여한 5명의 감독들. 왼쪽부터 전계수, 방은진, 이현승, 윤성호, 김태용 감독이다.
연합뉴스
다음달 11일 지각 개봉하는 ‘시선1318’은 옴니버스 장편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도드라지는 영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네 번째 인권프로젝트로 2008년 제작된 5편의 단편 모음인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청소년 인권이 주제다. 방은진·전계수·이현승·윤성호·김태용 등 5명의 개성 강한 감독은 공익성 짙은 주제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각자의 해석과 색깔을 효과적으로 풀어낸다. 또 이들 단편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10대의 삶을 규정짓는 직·간접적 폭력과 차별을 드러내는 데 빈틈이 없다.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 데뷔한 ‘과속스캔들’의 박보영과 ‘여고괴담5-동반자살’의 손은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남지현 등 스타들의 다소 풋풋했던 시절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의 문은 방은진 감독(‘오로라 공주’)의 ‘진주는 공부중’이 연다.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혼용해 ‘행복은 성적순’이란 잣대 때문에 강박과 모멸감에 시달리는 중학교 2학년생의 고민과 일탈을 그렸다. 

◇‘진주는 공부중’
◇‘유.앤.미’
1등이었으니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박진주(남지현)와 재미도, 소질도 없는 학업 성적 때문에 담임 교사(성지루)로부터 인격적인 모독까지 감수해야 하는 마진주(정지안)는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부모와 학교를 발칵 뒤집는 모험을 감행한다. 청소년 인권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주제를 화려하게 풀어내 옴니버스 다음 단편에 대한 기대를 돋우는 방 감독의 배려가 돋보인다.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은 내키지 않는 진로를 강요당한 청소년기의 우울한 일상을 ‘유.앤.미’에 옮긴다. 역도 유망주 소영(권은수)과 철구(황건희)는 각각 코치와 엄마(오지혜)로부터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며 운동과 호주 유학을 권유받는다. 제목에서 글자 사이에 찍힌 점만큼 둘은 그래야 할 이유도, 의욕도 갖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해야겠다는 확신도 없다. 전 감독은 어릴 때부터 미래에 대한 결정이라는 원초적 인권으로부터 배제됐지만 선택의 시기가 와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청소년의 혼란과 두려움을 미려한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낸다.

여고생들의 비밀스러운 육아일기인 ‘릴레이’는 ‘그대 안의 블루’와 ‘시월애’ 등으로 여성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표시해온 이현승 감독 작품이다. 희수(박보영)와 규리(손은서) 등 같은 반 친구들은 한 급우가 낳은 아기를 학교에서 함께 기르기로 한다. 학생들의 이 같은 황당한 결정에 동조하는 교사는 양호 교사(정유미)뿐. 교감(문성근)을 비롯한 모든 이가 아기를 낳은 학생의 윤리적 결함과 이를 감싸는 친구들의 법적·공공적 책임만을 늘어놓는다. 민감한 주제를 코미디와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문성근의 자기 패러디 등 여러 기법을 통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릴레이’

‘은하해방전선’으로 장편 데뷔한 윤 감독은 “방송반 학생이 만든 UCC” 같은 느낌의 ‘청소년드라마의 이해와 실제’에서 ‘예비 88만원 세대’의 비현실적 낭만과 긍정적 화합이라는 청소년드라마 문법을 위트 있게 비튼다.

들판에서 죽었다는 한 소녀(이우정)의 비트박스 리듬을 타고 그 죽음의 진실을 캐묻는 고교생들의 갖가지 억측과 미래와 현실, 어른과 성장, 남자와 여자, 중산층과 계급 등에 관한 온갖 잡설이 리얼버라이어티와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전해진다. 윤 감독은 “합리성을 결여한 채 경제적 신화만 좇는 기성세대의 의식 없는 서사를 존경하지 않으면서도 대안 없이 그들을 닮아가는 예비 88만원 세대를 날것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가족의 탄생’ 한편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김 감독의 ‘달려라 차은’은 달리기가 일상이자 기쁨이고 꿈인 육상부 기대주 차은(전수영)에 관한 이야기다. 시골 마을 소녀가 겪을 수 있는 헛헛한 감정과 여린 반항, 그리고 풋풋한 감성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달리기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답답함을 털어내는 차은은 다른 육상부 선수들이 코치를 따라 서울로 떠난 것을 계기로 가난 때문에 딸의 앞길을 막는 아빠와 남들에게 놀림이나 받는 필리핀 새엄마, 동생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달려라 차은’

영화의 정점은 함께 서울 육상경기장을 찾은 차은과 새엄마가 나누는 대화 장면.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내달린 차은이 한숨처럼 “답답해”라고 말하자 새엄마는 추운 날씨에 땀까지 흘린 딸이 감기 들까봐 딸의 옷깃을 여미고 차은은 애써 귀찮다는 투로 “답답하다니까”라고 퉁을 놓는다. 먹먹한 감동이 목젖을 헤집고 나오는 로드무비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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