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해변 동물(Animaris)’ 시리즈는 ‘움직이는 예술’, 즉 키네틱 아트의 일종인 셈이다. ‘해변 동물들’은 유전자 알고리즘을 응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구조와 형태가 만들어지며, 관절 간의 상호 움직임에 따라 작동되고 바람이 주동력이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은 기술일까, 예술일까?
7월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얀센은 “예술과 기술의 구분은 사람들이 나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자와 달리 저는 뛰어난 기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본 기술만 가지고 혼자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작품을 만듭니다. 마치 에스키모가 좀 더 나은 카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듯이 저도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저를 예술가로 보면 예술가겠죠. 하지만 저는 스스로를 에스키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우리 몸이 단백질로 이뤄져 있듯 이 동물체는 플라스틱 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느꼈고 나 역시 그 아름다움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창조주’ 얀센에게는 실제 생명체와도 같다. 그는 생물을 창조해내고 이름을 붙인다. 그동안 그가 만든 동물체는 ‘아니마리스 사불로사’, ‘아니마리스 리노세로스’, ‘아니마리스 쿠렌스 벤토사’ 등 25종이다. 이름은 라틴어 사전과 상상력을 더해 만든다. 이 가운데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아니마리스(Animaris)’는 ‘동물(Animal)’과 ‘바다(marine)’를 결합한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난 뒤엔 동물에 ‘사망선고’를 내린다.
초기 동물체는 바람이 불 때만 날개가 움직이면서 이동이 가능했지만 풍력저장장치, 물이 닿으면 반대편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센서 등을 달며 점차 진화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2007년엔 독일 자동차업체인 BMW의 광고작업을 하기도 했다.
![]() |
◇‘움직이는 예술’, 즉 키네틱 아트의 일종인 ‘해변동물’들. 이 물체들은 바람이 불면 관절을 움직이며 걷는다. |
“‘해골을 만들어 해변에 돌아다니게 하면 어떨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러던 중 플라스틱 관을 가지고 놀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런 플라스틱 관 작업을 1년 정도만 할 생각이었는데, 마치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처럼 지금까지 이 일에 미쳐 있습니다. 밤에 잠들 때도 비행기로 오갈 때도 관련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제가 생각해도 정상은 아닌 것 같지만 행복합니다.”
테오 얀센의 ‘해변 동물들’은 7∼9월 미술 프로젝트 ‘미술관, 그 이상의 미술관’의 첫 번째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가나아트와 ㈜뮤지엄피플이 서울시의 후원을 얻어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옆에 1800㎡ 규모의 가설 전시공간을 만들고 1년간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전시에는 ‘사망선고’ 받은 동물 10마리와 어린이들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살아 있는 동물’ 2마리가 선보인다. 테오 얀센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데쓰카 오사무, 데미안 허스트 등의 전시가 이어진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