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도 “더 저항 못해” 패배 시인

스리랑카 정부가 16일(현지시간)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 반군과 벌여온 내전에서 승리를 선언한 데 이어 LTTE도 17일 패배를 시인하고 싸움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LTTE의 국제협력 담당자인 셀바라사 파트마나탄은 인터넷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이제 총을 가만히 두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죽은 자들과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다는 회한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국제사회에 우리 민족을 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면서 “정부는 평화협상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군 대변인인 우다야 나나야카라 소장은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패했지만 오늘에서야 정식으로 패배를 시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정부군이 헌신적 노력을 바탕으로 전례 없는 인도적 작전을 수행해 마침내 반군을 패퇴시켰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스리랑카군은 반군을 최종 거점인 물라이티부 해안 일대 약 3㎢ 지역에 몰아놓고 최후의 공격을 퍼부었다. 17일에는 배를 타고 탈출하려던 반군요원 70여명을 사살하고 반군 지도부를 추격 중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군 소식통을 인용해 LTTE 지도자인 벨루필라이 프라바카란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정부군 대변인은 스리랑카 북부의 교전지역에 남았던 민간인 5만명 이상이 지난 14일부터 3일간 모두 구출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반군 양측이 하루 시차를 두고 승리·패배를 선언함에 따라 1983년 시작된 스리랑카 내전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LTTE는 2년 전만 해도 스리랑카 국토의 3분의 1을 장악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으나 올 초 정부군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일부 반군이 최후의 저항을 계속할 가능성도 있어 유혈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군이 장악했던 물라이티부 해안에 남은 타밀족 주민을 방패 삼아 최후의 저항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반군 지도부가 마지막에 주민과 함께 집단자살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LTTE가 정부군의 공세로 와해된다 하더라도 주류인 신할리족과 타밀족 간 200년에 걸친 종족 갈등의 종결은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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