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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품 시계는 버리고 미국 집 계약서는 찢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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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받은 피아제 시계 2개를 아내 권양숙 여사가 버렸다고 진술했다. 최근 검찰에 “어디에 버렸는지는 잘 모른다. 집(권 여사)에 물어보겠다”고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는 2007년 9월 말 계약한 미국 뉴저지주 주택 구매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고 진술했다.

두루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좀도둑을 가업으로 삼는 가족이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또 모르겠다. ‘대통령 패밀리’의 처신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가훈이 임기응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아제 시계는 개당 1억원을 호가한다. 2개면 2억원이다. 설혹 금송아지가 걸어다니는 집안이라 하더라도 여간 소중한 귀중품이 아닌 것이다. 그런 명품 시계가 쓰레기 신세가 됐다면 가장이 그 연유라도 묻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기막힌 곡절에 대해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기가 알아서 버렸다는 부인 말만 듣고 만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시계를 받은 사실을 몰랐고 본 적도 없다 하더라도 사후처리마저 이렇듯 사리에 안 맞아서야 누가 납득하겠는가.

미국은 편지와 계약서가 중시되는 일종의 ‘서류 사회’다. 제아무리 정당한 거래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 계약 절차에 관한 증빙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면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힘들다. 정연씨는 그런 사회에서 100만달러대의 고급 주택을 사 놓고도 계약서를 없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검찰은 둘 다 증거인멸 등의 사안으론 간주하지 않는 모양이다. 수사의 물줄기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보는 눈치다. ‘대통령 패밀리’로선 싫지 않은 기류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보기에 구차스럽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런 게 나라 망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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