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면서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서울대 검정고시 동문회의 케이스는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과거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은 개천에서 용 나는 케이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숫자가 날로 줄고 있다. 1970∼80년대에는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가 한 해에 30∼40명에 달했다. 지금은 그 숫자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 원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먼저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좋은 대학을 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돈이 없으면 사교육을 받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대학 입학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사회 변화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돈이 없어서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60∼70년대에는 전교에서 1등을 하고도 돈이 없어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이 어제 고액의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에게 유리한 대입제도를 비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옛날과 달리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고 한탄한다”고 말했다. 공교육의 부실을 안타까워하는 정 수석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 개천의 용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속단이 아닐까?
오늘날에는 개천의 용이 학교가 아니라 연예계, 게임업계, 스포츠계 등으로 옮아갔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는지. 개천의 용도 품종이 변한 것이다. 최소한 지금의 개천이 조선시대의 사복개천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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