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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이란 배우가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게 된 것은 '엉뚱한' 메일 때문이었다. 지난 해 6월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재학생들이 뮤지컬 '유린타운'을 무대에 올린다는 보도자료가 왔다. 그런데 기획사에게 보낸 보도자료라고 하기에는 다소 엉성해보이기까지 했다. 다양한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보도자료는 비록 신인급 배우들이 주축이 되긴 했지만, '유린타운'이라는 작품이 올라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판단에 이 내용은 고스란히 기사화됐다.
그런데 며칠 후 '기사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뮤지컬 홍보를 맡았다고 말한 박하선이었다. 연극학과 재학생들이 모든 것을 꾸려나가는 공연이긴 했지만, 배우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은 의외였다. 그리고 메일 말미에 "열심히 활동해서 꼭 만나뵐 수 있기를"이라는 글 때문인지 11개월만에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이하 그바보)에 출연하는 박하선과 마주앉았다.
"공연 당시에 저는 학교에서 후배일 뿐이라서 일일이 챙겨야했죠. 개인적인 일이니까 소속사에 부탁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보도자료 보내면서 (기자들이)도와주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이렇게 보내도 되는건가라는 걱정도 했고요. 다행히 꽤 많이들 오셨어요. 그때 매니저 오빠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았어요" (웃음)
"작품 쉰 기간, 나에게는 기회"
박하선은 데뷔하고 나서 쉬어본 적 없이 계속 작품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지난 해 여름 KBS '전설의 고향'이후에 몇 개월간 휴식을 가졌다. 남들처럼 수 년간 쉬는 것은 아니었지만, 늘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박하선에게 그 몇 개월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일'에 대한 소중함마저 느끼게 해줬다.
"데뷔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일이 안 끊겨서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어요. 그냥 원래 이렇게 일을 계속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시기도 어렵고 제작하는 작품도 없어지면서 제게 일이 끊긴거에요. 물론 그 사이 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6개월정도의 휴식기를 통해 일이 많은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죠. 일을 하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 신인때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제는 서로 뺏고 빼앗기는 것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방송을 보지 않기도 했죠"
박하선은 2005년 말 데뷔했다. 연차로 따지자면 5년차지만, 그러한 숫자는 사실 박하선에게는 부담이었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같이 병행해서 다가오기 때문이다. 늘 신인·유망주로 불리우는 박하선이 올해는 자리를 잡고 싶다는 욕심이 발동한 것도 이같이 세월의 흐름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박하선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짧은 시간 사이 단편으로 나온 '전설의 고향'을 빼더라도 드라마 5개와 영화 4편에 출연했다.
"요즘에 미팅때문에 프로필 갖다드리면 '많이했구나. 연기 잘하겠네'라고 말하시는데 부담스럽죠. 그런데 저는 사실 안가리고 (작품을) 많이 했어요. 전에는 밝은 역할이 안 맞고 힘들었고 바보스러운 역할이 편했어요. 그것을 깨려고 여러가지 역할을 안 가리고 했죠. 저는 다작 배우가 좋은 거 같아요. (웃음) 저희 수업을 하시는 담당하시는 분이 우리나라 배우들이 작품을 너무 가린다고 하시더라고요. 홍콩 배우들을 보면 많은 작품을 해서 그 중 하나만 터트리면, 관객들은 이전에 못했던 그 배우의 연기를 다 잃어버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물론 이미지를 생각해야겠지만, 너무 가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전 작품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한번은 오디션을 보는데 무슨 작품을 했냐고 물어보시는거에요. 그 자리에서 말할 것이 많다는 것이 행복했어요"
짧은 시간일 수 있고, 긴 시간일 수 있지만 중간에 박하선에게 일이 끊긴 것은 어려움이기도 했지만 기회였다. 학업에 열중할 수 도 있었고, 적당히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도 많아졌고,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도 달라졌다. 신인이라는 테두리에서 조금 더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1년 쉬고 돌아온 친구들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고 온다고 하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요즘 생각해보면 착해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무조건 연기만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쉬어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보이고, 내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또 다행히 작품을 오래 쉬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쉬는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매번 사극을 하면서 어른들과 있으니, 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 밝아지기 때문이죠" (웃음)
"김아중 언니와 삼각관계, 영광"
박하선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서 얼굴을 비추는 작품은 황정민·김아중 주연의 '그저 바라보다가'. 극중 박하선은 김강모 (주상욱)의 약혼녀 최수연 역을 맡고 있다. 김강모는 한지수 (김아중)와 남몰래 연인 관계로 지내고 있어서 사실 최수연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박하선은 그마저도 반갑다. 뒤늦게 합류한만큼 의욕도 대단하다. 몇 줄로 요약된 시놉의 작은 역할을 스스로 분석하고 나섰다.
"캐릭터를 밝고 욕심있게 잡은 것은 제가 분석한 거에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원래 역할은 작게 명시된 캐릭터였어요. 미술관 큐레이터인데 쿨하다는 식으로요. 촬영에 들어갔는데, 저는 리딩에 참여하지 않고 투입된 거잖아요. 그래서 불안해서 대본을 보며 그냥 그런 성격같아서 제가 따로 분석해서 연기하려 한 것이죠. 그동안 제가 밝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이번에는 그런 것을 조금 어필해 볼까 생각해서 사랑스럽고 귀엽게 캐릭터를 정했어요. (웃음) 극중 김아중 언니와 삼각관계로 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죠. 언니가 얼마 전에 촬영장에서 봤을 때 '어 내 라이벌이다'라고 말해주시는거에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라이벌이라고 해서 악역이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사실 촬영장에서 보면 내용 자체가 김아중 언니가 여자로서 보면 굉장히 불쌍해요. 그래서 연민을 갖고 연기하고 있어요"
'악역'이 아닌가라는 말은 사실 박하선에게 이미지상 어울리기 힘들었다. 스스로도 사람들이 '악역'은 못할 것이라 말한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해 '전설에 고향'에 나왔을 때도 센 이미지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도리어 '얼짱 귀신'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는 엉뚱한 일까지 벌어졌다. 스스로도 안타까워 하는 일이다. 이때문에 박하선은 팜프파탈적인 느낌을 갖는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 '텔미썸딩'에서 심은하가 맡은 '채수연' 과 같은 역을 탐내했다.
"공부 계속 하고 싶어"
박하선의 데뷔작은 '사극'이었다. 또 이후에도 얼굴 형태때문인지 사극류의 작품을 많이 했다. 신인들이 데뷔시 사극에서 역할을 맡는 것은 흔히들 힘들지만 운이 좋다고 한다. 많은 관록의 배우들에게 연기를 배울 수 있고, 이를 거치면 현대극은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왕과나'하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전 세트 촬영만했는데, 금요일에 항상 촬영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녁 먹을 때까지 대본이 안 나와요. 대기하고 있다가 저녁 먹기 전에 대본을 던져주죠. 밥도 못 먹고 그거 외우냐고 스트레스 받았어요. (웃음) 그런데 그렇게 한번 해보고 나니까 대사 외우는 것은 자신이 있죠. 사극을 해보고 나니 현대극은 쉬워져요. 편하죠. 쪽대본만 아니면 사극은 또 해보고 싶어요. (웃음) 사극가면 좋은 역할 받을 수 있고 대우도 달라지죠. 다들 중전 대접을 해주시니까요" (웃음)
박하선은 내년 2월에 학교를 졸업한다.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휴학 한번 없이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학교를 다녔다. 이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기 실기 전문 대학원에 진학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에 대해 충실하고 싶다고 말한다.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 애정을 연기로 돌린다.
"남자친구보다는 일을 해야죠. (웃음) 전 드라마 촬영하러 갈때는 연애하는 기분으로 나가요. 혼자 짝사랑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이성을 사랑하는 역할은 처음 해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팔짱 끼고 그런 모습은 어색하던데요" (웃음)
사진=린스튜디오 김웅진 실장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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