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외모를 ‘얼굴’로만 놓고 보았을 때 결론은 간단하게 나온다. 잘 생겼거나, 못 생겼거나 둘 중 하나다. 남자다운 얼굴, 착해 보이는 얼굴, 성실해 보이는 얼굴, 개성 있는 얼굴 등의 부연설명은 잘 생긴 사람에게는 매혹적인 수식어가 되지만 못 생긴 사람에게는 안쓰러운 눈가림일 뿐이다. 그러나 이토록 명확하게 이분화 된 미남과 추남의 경계일수록 불가사의한 빈틈이 발생하곤 한다.
빈틈을 파고드는 캐릭터, 착한 남자와 착해 보이는 얼굴
한때 신드롬을 일으켰던 남자배우들 중에 절대적인 기준에서 미남이 아닌 얼굴은 얼마든지 많다.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도 그랬다.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탁월한 경쟁력이 있긴 했지만 동글동글한 생김새와 두툼한 입술까지 그의 외모는 여자에게 도무지 긴장감을 주지 않는 성질의 것이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의 평범한 외모는 오히려 빛을 발휘했다. 영화 속에서 여자친구에게 정신 없이 휘둘리고 툴툴거리면서도 진심으로 그녀의 상처를 걱정하는 착한 심성을 가진 ‘견우’의 캐릭터는 ‘그녀’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여기에 늘씬한 8등신 미녀 전지현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평범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차태현이라는 딱 보기에도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은 <엽기적인 그녀>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묘하게도 강력한 설득력을 실어주었다. 덕분에 <엽기적인 그녀>는 청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꽃미남 한 명 없이 웃음과 눈물이 자연스럽게 버무려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 제대로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일본에서 만든 영화 <싸이보그 그녀>의 남자 주인공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코이데 케이스케이다. 가무잡잡한 피부와 말끔한 이목구비, 상큼한 미소를 가진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 배우 중의 한 명이다.
재벌2세 역할로 나왔던 드라마 <맛있는 프로포즈>나 엘리트 대학생으로 나온 영화 <연공>도 있지만 그는 엉뚱한 역할도 곧잘 소화하곤 했다. 카리스마라고는 한줌도 없어 보이는 어리버리함으로 초반에 큰 웃음을 선사하는 <박치기! (パッチギ!: Break Through!, 2006)>나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치아키 사마’를 외치며 우에노 주리를 흘려보던 <노다메 칸타빌레>의 마스미가 그렇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위화감을 주지 않는 그는 사실 게이오 대학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완소남이기도 하다.
차태현과 코이데 케이스케의 외모적인 공통점은 착해 보인다는 점이다. 약간 어리버리해 보이더라도 굳이 그 빈틈을 감추지 않고 어깨에 힘을 슬며시 뺀 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순정을 바칠 것 같은 얼굴로 훈훈함을 선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강한 외모와 막가는 성격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그녀’ 옆의 수수한 남자 주인공이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착해 보이는 얼굴의 치명적인 단점
곽재용 감독의 영화의 남자주인공에게는 무엇보다 착해 보이는 얼굴이 최우선으로 요구된다. <엽기적인 그녀>나 <싸이보그 그녀>의 남자 주인공들이 평범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섹시함을 철저하게 차단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섹시함을 차단하는 힘의 대부분은 착해 보이는 얼굴에서 나온다. 물론 아무리 착해 보이는 얼굴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호감형 외모를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 남자라는 뻔한 설정을 통해 그들이 여자 관객들에게 ‘남자’로 어필할 수 있는 성적 긴장감을 완벽하게 없앤 상태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착해 보이는 얼굴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섹시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섹시함을 갖추지 못한 아름다움은 무미건조하고 느껴지고 쉽게 질린다. 그래서 곽재용 감동은 관객이 요구하는 섹시함을 어디까지나 여주인공에게 전담시킨다. 사연은 있지만 좀처럼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전력 질주하여 엽기행각을 벌이는 전지현과 아야세 하루카는 망가지거나 멀쩡하거나 영화 내내 강력한 페로몬을 내뿜으며 관객을 매혹시킨다. 각종 엽기 행각을 벌여도 너그럽고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들이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나 <싸이보그 그녀>의 그녀들은 겉으로 보기에 일단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나쁜 남자’의 캐릭터가 대세이다. 그 이면에는 섹시한 남자를 원하는 여자들의 마음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잘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섹시한 것 역시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제일이다. 아무리 기를 쓰고 억지로 섹시함을 만들어낸다 한들 가공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섹시함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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