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권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 1등 당첨 확률이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하더라도 실낱 같은 인생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확천금의 유혹은 더욱 강렬해진다. 그래서 실업자가 늘면 복권 매출도 증가한다고 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는 복권이 진통제 역할을 한다. 복권 당첨 이후의 일을 상상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다. 복권 한 장을 부적처럼 주머니나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도 적잖다.
복권의 기원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연회에서 복권을 팔아 재정자금을 마련했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식 복권의 효시는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번호 추첨식 복권 ‘피렌체 로또(lotto)’다. 이탈리아어 로또는 ‘행운’이라는 뜻이다. 이때부터 로또가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복권을 의미하는 영어 lottery도 여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산통계(算筒契)가 있었다. 곗돈을 낸 계원 이름을 적은 알을 상자에 넣고 추첨해 당첨자에게 할증금을 주는 것이다. 해방 후에는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올림픽후원권 발매로 복권 시대가 공식 개막했다.
2002년 도입된 로또복권이 말썽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부터 말이 많았다. 지금은 비자금 의혹, 전산시스템 오류에 따른 당첨 조작 가능성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청와대가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인 데 이어 감사원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복권은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지만, 적절히 운영되면 건전한 오락거리가 된다. 수익금은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에 쓴다. 당첨되지 않아도 기부했다고 여기면 된다. 그런 만큼 정부는 복권 운영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그 사회적 기능을 면밀히 점검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민의 작은 희망을 염두에 두고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박완규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