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강도 등 형질에 영향 미치는 유전자 6개 규명

수축기 혈압, 맥박, 뼈 강도, 허리 대비 엉덩이 둘레 비율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6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 연구진(연구 책임자 김형래 교수)은 2001년부터 축적된 한국인 1만명의 유전형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정상급 학술지 ‘네이처 지네틱스’ 27일자 인터넷판에 공개된다. 혈압, 맥박, 뼈 강도, 허리 대비 엉덩이 둘레 비율(WHR)은 생활습관 같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ATP2B1’으로 세포 내 칼슘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OC644502’와 ‘CD46/LOC148696’ 유전자는 맥박에 영향을 미치지만 정확한 기능은 밝혀지지 않았고, ‘C12orf51’ 유전자도 허리 대비 엉덩이 둘레 비율(WHR)에 관여하지만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뼈 강도에 영향을 주는 ‘FAM3C’ 유전자는 연골세포에서 발현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SFRP4’ 유전자는 뼈 형성과 흡수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는 한국인에게서 처음 발견됐지만 다른 동양인은 물론 서양인에게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또 서양인의 체질량지수(BMI)와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5개의 유전자가 한국인에게도 같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BMI 관련 유전자는 ‘FTO(에너지대사 조절)’이고, 키와 연관된 유전자는 ‘HMGA1(세포 내 유전자들의 전사조절)’, ‘ZBTB38(세포 내 유전자들의 전사조절)’, ‘PLAG1(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유전자들의 전사조절)’, ‘EFEMP1(구체적 기능 미상)’이다.
이번에 밝혀진 단일 유전자들이 각 형질에 미치는 영향은 외국의 발견 사례와 비슷한 1∼4%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이종영 형질연구팀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된 ‘유전체 실용화사업’이 결실을 거두면서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던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한국도 세계 정상급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대규모 유전형 분석 연구를 추진하려면 관련 연구 기관 신설과 연구 인력 및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연합뉴스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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