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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생동감… 인도의 신비를 만나다

입력 : 2009-04-21 10:27:57 수정 : 2009-04-21 10: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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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까지 ‘인도현대미술… 세 번째 눈을 떠라’전
◇레나 사이니 칼라트 ‘동의어’.
“인도 현대미술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바로 그 질문 자체가 답인 것 같습니다. 인도 미술을 어떠하다고 정의하고 싶지만 도저히 정의할 수 없습니다. 인도라는 나라는 마치 큰 대양처럼 너무나 다양하고 각양각색입니다. 도시 속 여기저기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끊임없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곳이지요. 인도 미술은 바로 그런 인도 그 자체입니다.”

지난 17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인도현대미술전의 아티스트 토크에서 한 관람객의 질문에 인도 원로작가인 굴람모함메드 쉐이크(72)는 이같이 말했다. 17일부터 6월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인도현대미술—세 번째 눈을 떠라’전은 용광로 같은 인도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지난 3월까지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모리미술관은 이 전시를 위해 5년간 준비하고 기획했다.

전시는 27명 작가의 110여점으로 꾸며진다. 작품들은 현대 인도의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인도 역사와 전통의 느낌이 물씬 나는가 하면 도시 문제와 빈부격차가 다뤄지기도 하고, 다채로운 도시문화나 라이프 스타일이 팝아트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인도 사회모순이 드러나는가 하면 희망도 보인다. 작가들은 개인과 사회, 정체성, 도시, 문명 등의 문제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혼란스럽게 드러낸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바로 이 혼란스러움이야말로 인도 현대미술이 가진 에너지의 원천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 제목인 ‘세 번째 눈을 떠라’에서 세 번째 눈은 두 눈 사이에 붙이는 작은 원 모양의 장식인 ‘빈디’를 뜻한다. 빈디는 원래 인간의 두 눈을 뛰어넘는 지혜를 나타내는 제3의 눈을 의미한다. 빈디는 현대 인도에서 결혼한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고, 혹은 이와 무관한 패션 소품이거나 관광객의 기념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빈디, 즉 세 번째 눈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 인도를 암시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뜻한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잡은 바르티 케르의 작품 ‘피부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언어로 말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코끼리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바르티 케르는 실물 크기의 암코끼리를 만들고 피부에 수백만 개의 정자 모양의 빈디를 그렸다. 누워 있는 코끼리는 깨어나고 있는 것일까, 상처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일까. 인도의 오랜 상징인 코끼리의 이 같은 모습은 관람객에게 인도의 현재 모습을 생각하게 만든다. 또 같은 작가가 만든 벽면의 커다란 원은 형형색색의 빈디를 일일이 붙인 것으로 코끼리와 어우러진다.

현대 인도 도시는 작가들에게 충돌과 모순, 현실과 종교, 혼란의 장이다. 비반 순다람의 쓰레기로 이뤄진 도시는 도시의 풍요와 낭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헤마 우파드야이는 커다란 도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알록달록 금빛 뭄바이 빈민가의 모형은 아름답다. 최연소 작가인 투크랄과 타그라는 현재 인도의 젊은이들이 갈망하는 화려한 삶의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도시와 자본주의에 도취된 현대 인도인의 단면을 보여준다.

레나 사이니 칼라트 작품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이 초래한 비극과 상처를 시각화한다. 또 그의 초상화 연작 ‘동의어’는 여러 개의 고무도장으로 사람 얼굴을 모자이크식으로 나타냈다. 고무도장에는 인도의 여러 다른 언어로 적힌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이 초상화들은 다국어 세계로서의 인도가 지신 특성, 즉 다양 속의 통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지티쉬 칼라트는 1페니 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대형 1루피 동전을 설치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인도인은 세계 10대 갑부로 등극하는 반면 3억 인도인들은 1달러도 채 되지 않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인도의 경제적 현실을 꼬집는다.

아난트 조쉬는 빛과 그림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관람자를 뒤얽힌 이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나타라즈 샤르마의 대규모 설치작품 ‘에어쇼’도 인상적이다. 실파 굽타의 영상작업은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멀티미디어 작품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침투함으로써 형성된 초현실적 조건들을 예리하게 반영한다. 자간나트 판다의 공작과 금빛 나무 회화는 인도적인 신비로움을 안겨준다. (02)2188-6114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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