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더 당신을 닮아가려합니다”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이해인 수녀(사진)가 지난해 여름 암 수술을 받은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수환 추기경 추모 행사에 참석해 “저를 위해 걱정하고 기도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추기경님처럼 인내하고 겸손한 수도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말과 함께 편지 형식의 추모시 ‘그리운 편지’를 낭독했다. 병색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한 모습이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가장 그리운 님이 되신 분/ 가장 보고 싶고 닮고 싶은 님이 되신 분”이라고 그리움을 표현한 후, “일상의 질그릇을 사랑의 보물로 채워가는 기쁨으로/ 조금씩 더 당신을 닮아가야 하겠습니다”라고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이날 행사 시작 1시간 전 명동성당에 도착한 이해인 수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독자들이 내민 시집에 밝은 표정으로 사인도 해줬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던 신자와 독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뜻이 역력했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소속인 이해인 수녀는 부활 축일 이후인 다음 주에 부산으로 내려가 그동안 미뤄 두었던 연수교육도 받고, 장기간을 요하는 연피정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추모행사에는 김 추기경의 장례 때 애썼던 자원봉사자들과 명동 주변 상인들, 질서 유지를 위해 근무한 전·의경, 강남성모병원 의료진 등 1000여명이 참석했으며 인순이 노영심 김수희 등 가톨릭신자 가수들이 출연해 추모의 노래와 음악을 선물했다.
정성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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