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작업하며 여러 작업일지를 쓰곤 했다. 요즘 준비중인 '少女...9개의 일상'에 대한 글이라던지, 다른 유명작가의 그림소개 글들을 말이다, 근래 들어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가 개봉하며 영화의 티저유화느낌의 포스터 작업을 본인이 했기에, 이번에는 그에 대한 작업일지를 써보려 한다.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 티저 포스터 사진들을 이동식 하드디스크로 건네어 받고, 캔버스에 옮기어 유화로 터치를 더해 사진에 유화터치 느낌을 더하는 작업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추어 홍보 보도될 티저 포스터였기에 작년 12월 20정도에 건네 받은지라 시간이 3~4일밖에 없어 급히 해야 했던 작업으로 기억한다. 지금와서 웃으며 얘기 하지만, 작업량이 많아 캔버스 인쇄를 맡겨야 했는데, 한번도 캔버스 인쇄를 해본적이 없는지라, 캔버스 인쇄하는 업체를 찾으러 다니는 것부터 시작해서 기간에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발품팔아가며 겨우겨우 마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더더욱이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포스터를 기간내에 맞춰 보내야 했기에 다 끝내고 보낼 때의 나는 거의 옷에는 유화물감이 여기저기 뭍어있고,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 눈은 충혈된데다가 스트레스에 머리가 아픈, 끝난후 차에 실어 보낼 때에는 기간내에 맞췄다는 행복감과 함께 기분을 개운하니 좋았으나 그야말로 내가 거울을 봐도 참 불쌍해보였다. 지금와서 웃는다.
영화의 포스터 작업 의뢰 받을 당시의 나는 마침 '少女...9개의 일상' 중 첫그림 그리는데 한참 빠져 있던 터라 갑작스런 작업의뢰에 어찌해야할지 난감했으나,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인데다가 나를 생각하여 그 일을 맡겨주었음에 감사하며, 정말이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포스터를 전체적으로 그리고, 컴퓨터로 군데군데 사진과 합성하여, 효과를 주기로 얘기가 되었으나, 너무 시간이 촉박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캔버스 인쇄후 얼굴을 제외한 부분에 유화느낌의 터치를 더해 작업을 마친 케이스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나리오와 대본을 받아 읽었을 때 케이와 크림의 사랑이 마음아프고 속이 상했더랬다. 한참 그림그리며 그것에 빠져 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반지를 끼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큐빅이 K라고 박혀 빛나던 핑크빛 반지.
그래서인지 그 후 책에 들어갈 그림 의뢰를 받았는데,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그림이 있었다. 서로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었던, 그들간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든 거리를 그들은 느껴야 했고 서로를 위해 웃어야했다. 슬픔을 감춘 환한 웃음을 지닌 그들이 내 머리속에 있었다.
아래 그림은 영화보다 책이 먼저나온다기에 그 책의 표지 그림을 의뢰받아 그렸던 그림의 스케치 밑그림이다. 평소 작업중간중간을 사진으로 남겨놓는 버릇이 있어서 이렇게 그 때의 그림 사진을 올려본다. 그림을 그리며 중점을 두었던 것은 영화 제목이 '슬픔보다 더 슬픈이야기'였고, 시나리오 및 대본을 받아 읽어보니, 서로 사랑함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울고 싶은데, 서로를 위해 웃어야 했던 커플이었기에 그것이 가장 내 마음에 와 닿아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권상우와 이보영의 활짝 웃는 얼굴 사진을 찾아다녔는데, 웹사이트에서 찾기에 쉽지 않아 여러 인물의 사진을 합성 또 합성하여 그걸보고 그린 그림이 아래의 그림이다.
서로 너무 활짝 웃고 있어 조금만 더 웃으면 눈물이 날 듯한, 그 눈물이 기뻐서 웃는 웃음인지 슬퍼서 웃는 웃음인지, 보는이에게 궁금증을 던져주고 싶었다. 실제로 보면 더욱 표정이 살아있는데, 디테일한 부분이 잘나오지 않아 아쉽다. 이 표정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이트를 검색해야 했던지.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촉박하여, 시간에 맞추다 보니, 생각되로 나오지 않아 무척이나 속상하여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또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던지, 그때는 내마음이 그랬다. '다시 이런 의뢰 들어오면 하지 말아야지' 라고 말이다. 여태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 또 보고, 그림이 맘에 들 때까지 여유를 두고 그림을 그리다가 완성이 되고 난후 전시를 하곤 했지만, 이와 같이 책이나 영화에 들어가기 위한 그림을 그리며 그 목적을 위해 그 컨셉에 맞추려 하다보니, 머리도 복잡하고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척이나 스트레스와 함께 그림이 정해진 시간내에 흡족할 만한 그림이 나오지 않자 정말이지 괴로웠다. 그래도 그로인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음에 지금도 감사한다.
결국 아래와 같이 완성. 가까이 하고 싶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서로의 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지만 서로간의 거리를 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가까이 하고 싶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들의 거리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얼마나 두 인물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가를 볼 수 있다. 얼마나 슬플까? 서로 사랑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됨이,, 그리고 서로를 위해 웃어야 했던, 활짝 웃어 보여야 했던 그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화로 작업하려 했으니 시간이 너무 촉박해 급히 수채화로 바꾸어 수채화만의 번지는 기법을 사용하여 완성한 작품.

그들은 나의 작업실에서 아직까지도 함께 할 수 없는 거리를 느끼며 그들의 슬픔을 뒤로 한채 서로를 위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외 요즘 들어간 작품들 제 홈페이지에 올려 함께 하고 있으니 많이 놀러들 오세요! 여기까지 이오타였습니다.
이오타(가수) 홈페이지 http://www.iota.am / 이메일 soo-a-lee@hanmail.net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