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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날개를 펴기 시작한 배우 차지연은 “늘 생동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차수 선임기자 |
배우 차지연(27)은 뮤지컬 ‘드림걸즈’와 닮아 가고 있다. 세 소녀가 가수로 성공하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에서 에피 역으로 출연 중인 그는 요즘 ‘배우로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열연 덕에 그를 알아주는 관객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감이 날까, 17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늘어난 관객의 관심이나 언론의 조명에 얼떨떨한 게 사실”이라며 “혼자 분장실 쓰는 것도 아직은 어색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다만 기대감을 갖고 찾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지금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한미 합작으로 100억원을 들인 ‘드림걸즈’에 캐스팅된 건 그에게 꿈같은 일이다. 2006년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부터 눈여겨봤던 작품이라 국내에서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말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다. 행운은 그의 편이었다. ‘덜컥’ 배우 홍지민과 주인공에 더블 캐스팅이 된 것. 하지만 역할에 비해 몸이 왜소해 몸무게를 늘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무작정 먹기 시작했다.
“한끼에 라면 세 개는 기본으로 토할 때까지 먹고 또 먹었더니 지금은 15킬로그램까지 늘었어요. 갑자기 살이 쪄서 허리·무릎 안 아픈 데가 없지만 ‘에피’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본격적으로 무대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무대 앞만큼 숨가쁘게 돌아가는 무대 뒷이야기가 펼쳐졌다. 열두 개의 가발을 바꿔써야 하고 스무 벌 이상의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한 장면에선 단 15초 만에 옷을 바꿔입고 무대에 나서기도 한다. “처음엔 많이 헤맸는데 이젠 물까지 마신다”며 여유를 보인 그는 “지금은 체력을 유지하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7월 말까지 이어지는 장기공연인 데다 부르기 어려운 노래들이라 목관리는 잠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가성으로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어 꾀도 못 부려요. 카페인이 든 음료나 자극적인 음식은 안 먹고 쉴 때면 되도록 바깥 활동을 자제해요. 아프면 큰일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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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드림걸즈’ |
2월 말부터 무대에 올랐지만 긴장되는 건 늘 똑같다. 무대에 서는 날이면 일찍 공연장에 가 아무도 없는 무대 중앙에 서서 기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섰을 때부터 생긴 ‘습관’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에 들어가 ‘라이온 킹’으로 첫 무대를 밟은 이후 ‘마리아 마리아’ ‘씨왓아이워너씨’ 등에 이어 ‘드림걸즈’는 그의 네번째 작품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걸어온 길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순탄하지만 그곳에 닿기까지 지난 세월은 만만찮았다.
“숨겨진 17년이란 시간이 있어요. 외갓집이 국악 집안이라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국악을 했는데 결국 고 3때 설 자리를 찾지 못해 포기했어요. 당시만 해도 여자가 국악 타악 쪽에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았어요.”
그의 인생 제2막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고3 때 대전에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노래에 꿈을 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를 해왔고 노래만큼은 그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 판소리 고수 송원 박오용이 그의 외할아버지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래할 곳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7년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학교도 한 학기밖에 다닐 수 없었어요. 마침 그때 과친구가 ‘사계’에서 단원을 모집한다고 알려줬어요. 월급 준다는 소리에 솔깃해 인터넷에서 오디션 곡을 다운받아 무작정 찾아갔던 게 여기까지 이르게 된 거죠.”
힘들게 보낸 시간이 지금은 든든한 자산이다. 다양한 경험들은 무대에서 어떤 형태로든 드러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에피 역에선 감정 조절에 주력한다.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자기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해요.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균형있게 가져가려고 해요. 지난 시간들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돼요.”
뮤지컬 배우로서 한단계 성숙해진 지금, 그는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하나둘 펼쳐보일 계획이다. 단기적으론 어쿠스틱 밴드를 만들어 음악활동을 시작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론 움직임에 중점을 둔 ‘퓨전’ 무대에 서는 게 바람이다.
“뮤지컬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낯선 꿈이지만 언젠가는 그 꿈이 여문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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