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검증과 확인을 소홀히 했으며 취재윤리에 어긋난 부분도 있었다고 사과했다.
동아일보는 18일자 1면에서 ‘신동아 미네르바 오보 거듭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고(社告)를 통해 “신동아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것에 대해 깊이 자성하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오보에 대한 책임을 따져 출판편집인, 출판국장, 신동아 편집장을 해임, 정직하는 등 엄중 문책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가 이날 29면에 실은 ‘진상조사 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신동아의 송모 편집장은 지난해 11월 8일쯤 대북사업가 권모씨로부터 “미네르바 기사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고 미네르바를 사칭한 K씨와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하지만 K씨가 인터뷰를 꺼린다는 소식에 송 편집장은 기고문을 먼저 싣기로 했고, K씨는 실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작성한 글과 자신의 글을 섞어가며 기고문을 작성해 또 다른 네티즌 M씨를 통해 신동아 측에 보냈다.
그러나 검찰이 1월 8일 박대성씨가 미네르바라며 박씨를 구속하자, 1월 12일 동아일보 임원들과 일부 실·국장들이 참석하는 월요 간담회에서 신동아 미네르바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모 출판편집인에게 확인 취재를 주문했다.
이에 송 편집장은 K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해 1월 14일 오후 8시쯤 서울 아현역 인근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고 오후 10시쯤 다시 출판국 회의실로 데리고 가서 인터뷰를 다음날 3시 반까지 진행했다.
신동아 황모 출판국장은 1월 15일 오후 발행인에게 K씨와의 인터뷰 사실을 처음 보고했고 이튿날 열린 간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K씨가 미네르바인지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여전히 부족하므로 IP, ID 문제 등에 대한 의혹을 명쾌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2월 12일 오후 8시쯤 송 편집장과 신동아 기자들, 권씨, K씨 등이 S호텔에 모였고 신동아팀은 “미네르바가 맞다면 그동안 글을 올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K씨는 “사실 글은 내가 직접 올리지 않아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모른다”고 답했다.
다음날 새벽 1시쯤 신동아의 한모 기자가 “당신 미네르바 아니지?”라고 묻자 K씨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네”라고 답했다. K씨는 이어 “기고문을 보낸 것도, 인터뷰를 한 것도 내 의지가 아니었다. 하도 심하게 압박이 들어와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됐다. 박대성씨가 구속됐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2월 13일 신동아팀은 K씨를 다시 만나 “왜 미네르바를 사칭했느냐”고 물었고 K씨는 “독서클럽 멤버중에 50대 K씨가 있다. 그가 진짜 미네르바다. 이름은 모르지만 50대 K씨를 찾을 수 있다.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후 신동아팀은 K씨가 가짜 미네르바라고 최종 결론을 냈다.
진상조사 결과, K씨는 1976년생으로 지방도시 S고를 졸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K씨는 지방 모 대학을 졸업했다고 말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C투자증권 한 지점에서 영업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K씨 인터뷰를 처음 주선한 권씨는 1963년생으로 지방 K대에 입학해 KOTRA 특수사업과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송 편집장과 권씨는 1997년 처음 만나 10년간 만남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오보사건을 계기로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취재 및 보도원칙 재정립과 교육 강화 인터넷 정보 활용 원칙 마련 게이트키핑(단계별 기사 검증) 강화 ‘스탠더드 에디터’ 제도 도입 내부 심의 강화 독자위원회(가칭) 설립 등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발매된 신동아 2월호의 미네르바 관련 기사가 오보로 드러나자 2월 16일부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6일까지 한달 동안 조사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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