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높은 ‘하이힐’의 역사는 아주 길다. 기원전 4세기 때 그려진 그리스의 테베고분 벽화에 하이힐이 등장한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신고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 등이 거리에 널려 있어 하이힐의 인기가 높았다.
하이힐의 유행을 이끈 주인공은 절대권력을 휘두른 루이 14세였다. 작은 키에 열등감을 가진 그는 커 보이도록 즐겨 신었고, 귀족들이 따라하는 바람에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후 여성의 신발 굽은 점점 가늘고 높아진 반면 남성의 것은 낮아졌다. 아찔한 매력을 보여주는 하이힐이 여성만의 특권으로 자리 잡은 것은 100년도 채 안 된다.
여성이 하이힐을 즐겨 신는 이유는 각선미와 관능미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 때문이다.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걷는 자체로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느끼게 하는 상징물이다. 각종 미인대회에 나오는 여성이나 연예인, 레이싱걸이 하이힐을 신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통을 감수하며 S라인의 몸매를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고대 중국 여인이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도 전족을 참아낸 것도 무관치 않다.
하이힐은 꾸준히 진화했지만 8cm를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요즘엔 굽 높이가 10cm를 넘는 ‘킬힐(kill heel)’이 유행하고 있다. 영화 ‘위험한 독신녀’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의 눈을 내리쳐 살해할 때 사용했던 호신용(?)의 그 힐이다. 그래서 이름에도 킬(kill)이 붙었나 보다. 뾰족구두 위에 발가락 끝으로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곡예 수준이다. 걸음걸이가 넘어질 듯 아슬아슬해 보인다. 보는 이의 숨이 멎을 지경이다.
힐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스타일이 잘 드러나고 매력이 흘러 주위의 시선을 끈다고 한다. 물론 척추와 발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그 정도의 손해쯤은 감수해야 한다. 하이힐은 립스틱과 더불어 불황 속에 잘 팔리는 대표적 상품으로 꼽힌다. 킬힐이 유행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우울증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 같다. 힐 높이가 발 길이에 접근해 발가락만으로 걷는 세상도 올 것 같다.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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