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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에게 왕권을 내놓을 것을 요청한 이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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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16 14:43:08 수정 : 2009-03-16 14: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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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손의 모험 7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하들은 일제히 신전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외짝 신발의 사나이는 이미 홀연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아손의 위험을 감지한 헤라 여신이 그의 모습을 감추어 주었던 것이다.

위기를 모면한 이아손은 헤라 여신의 의도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 아이손의 집으로 향했다. 이아손은 집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아손은 이 나라의 왕권은 당연히 자신이 찾아서 아버지의 한을 풀어주겠노라고 다짐했다. 이아손은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해야 왕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뾰족한 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아손은 헤라 여신과의 조우, 그리고 세간에 유행하는 범상치 않은 동요의 소문 등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일단 펠리아스 왕 앞에 가서 당당히 왕권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아손은 아이손의 집에서 5일간을 묵고 나서 6일째 되는 날 펠리아스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가 거리에 나타나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저이가 아폴론일까? 또는 아프로디테의 남편일까? 포세이돈의 용감한 아들 중의 한 사람은 아니겠지. 그들은 죽었으니까.”

사람들이 구순거리며 이아손의 등장을 서로 물어보았다.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펠리아스의 신하들은 먼발치로 이아손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들이 보기에도 이아손의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풍겨 나오는 것 같았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져 마치 신이 환생한 것 같았다. 그러자 펠리아스의 신하들은 급히 궁으로 들어가서 펠리아스에게 보고했다.

“지금 거리에 범상치 않은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그 사나이를 범상치 않게 여기고 신의 아들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찌할까요?”

그러지 않아도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다가 얼마 전에 신전에서 만났던 외짝 신발의 사나이가 떠올라서 펠리아스는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펠리아스는 태연한척 하면서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그러면 혹시 신의 아들이라면 결례를 해서 화를 입으면 안 되니만큼 정중히 이리로 모시고 오도록 해라. 시민들은 따라 오지 못하도록 하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펠리아스는 웬일인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안절부절못해 했다. 그러는 와중에 이아손이 신하들과 함께 그의 앞으로 나아왔다. 그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다. 바로 그가 얼마 전에 신전에서 보았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게를 잡고 조용히 물었다.

“당신 조국은 어느 나라요? 어느 나라 누구의 자손이오.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오.”

펠리아스가 의외로 부드럽게 묻는 말에 나그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내 가문의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왔소. 더 이상 올바르게 다스려지고 있지 않는 이 나라는 제우스신께서 내 아버지에게 주셨던 것이오. 나는 당신의 사촌이고 이름은 이아손이라고 하오. 바로 말하면 나의 아버지는 당신이 내친 아이손이오. 당신과 나는 정의의 율법에 의하여 우리 문제를 판결해야 하오. 칼이나 창에 의존하지 말고 당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재산, 가축, 황갈색 소떼와 전답 등은 모두 가지시오. 그리고 군주의 홀과 옥좌는 나에게 양도하시오. 그렇게 함으로써 그것들로 말미암은 험상궂은 말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오. 어차피 이 나라는 내 아버지 아이손이 다스려야할 나라였던 것인데, 당신이 내 아버지를 협박하여 강제로 빼앗은 것이니 이제라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타당할 것이오. 그리고도 당신은 앞으로의 삶을 충분히 여유 !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니 내가 제시한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아손은 조용하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 무게를 실어 말했다. 그의 말에는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펠리아스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이아손에게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대가 나의 조카라니, 편하게 말해도 되겠네. 그대의 말대로 왕권을 그대에게 넘기도록 하겠네. 그러나 우선 먼저 해야 될 일이 한 가지 있네. 죽은 프릭소스는 황금 양털을 되찾고 그의 영혼을 고국으로 돌아오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네. 이미 신탁을 받은 것이야. 하지만 나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자네는 한창 젊음이 꽃피는 나이니, 자네가 이 탐험 여행을 떠나주겠나. 그러면 제우스께 맹세코 왕국과 주권을 자네에게 양도하겠네.”

펠리아스는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아손이 그와 같은 시도를 한다면 살아 돌아올 수는 없을 거라고 믿었다. 황금의 양털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다가 살아서 돌아올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이아손이 그의 제안을 들어주기만 한다면 그의 처리는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아손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의외로 이아손은 쾌히 응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다녀오겠소. 내가 황금의 양털을 가지고 돌아올 동안 숙부께서는 약속의 이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다 해주시오.”

그의 흔쾌한 대답에 펠리아스는 마음에 차오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태연한척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나라를 위해 그토록 중요한 일을 한다면야 나로서는 자랑스러운 조카를 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나. 그러지 않아도 내 너에게 왕권을 넘겨줄 생각이었으니 잘 된 일이로다. 기왕에 하는 일이니 서둘러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꼭 성공해서 돌아와서 나와 온 나라를 즐겁게 해주어야 하네.”

황금의 양털, 이아손은 모처럼 의미 있는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펠리아스의 속셈은 감쪽같이 모르고 마음이 설레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아손은 그만큼 모험을 좋아했던 것이다.

황금의 양털! 아주 오랜 옛날 오르코메노스에 아타마스라는 왕과 네펠레라는 왕비가 살고 있었다. 네펠레는 구름의 님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들을 결혼하여 사내아이 하나와 계집애 하나가 있었다. 사내아이의 이름은 프릭소스라고 이름 지었고, 딸의 이름은 헬레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아타마스 왕은 아내와 살아온 세월이 제법 되자 아내에 대한 매력을 잃고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아내 옆에 가기가 싫어졌다. 이후 아타마스는 아내에게 냉담해져서, 그녀와 이혼하고 딴 여자를 얻었다. 그 녀의 이름은 이노로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디오니소스를 낳은 세멜레와는 자매사이였다. 

아타마스 왕에게 버림받은 네펠레는 아타마스의 궁을 떠나오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계모에게 구박이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노는 결혼하자 어떻게든 프릭소스가 자라면 자신에게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낳을 아이들이 왕위를 이어받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프릭소스를 없애버릴 흉계를 생각해 냈다. 그래서 이노는 아타마스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신탁을 받아보았다오. 그런데 신탁은 안타깝게도 프릭소스를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쳐야만 이 나라에 어려운 재난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하오. 이를 어쩌면 좋겠소.”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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