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상한제·후불제 국회서 ‘낮잠’

13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권영길의원실은 4년제 사립대 등록금은 2004년 577만6000원에서 지난해에는 738만원으로 160만원(27.8%) 올랐다고 밝혔다. 연도별 상승률은 2004년 5.9%, 2005년 5.1%, 2006년 6.7%, 2007년 6.5%, 2008년 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물가가 2.2∼3.9% 오른 점을 감안하면 지난 5년간 사립대 등록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4배였던 셈이다.
2007년 기준 총 등록금 12조5000억원 가운데 학부모가 부담한 금액이 6조8000억원(54.5%)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시점에서 등록금 1000만원은 감당하기 힘든 액수다.
문제는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는데도 정부 대책이 ‘대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올해 학자금 지원사업예산은 1조2364억원. 지난해 7757억원보다 46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보증(4107억원), 농촌출신 학자금 융자(899억원) 등 대출부문을 제외하고 순수 장학금은 이공계 장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모두 합해도 4412억원뿐이다. 정부가 지난 12일 민생안정 긴급지원책의 하나로 72만명에게 학자금 대출금리를 지원하는 방안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등록금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데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등록금 관련법안은 3개. 가계의 소득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책정하는 ‘등록금 상한제’나 졸업 후 소득이 있을 때 등록금을 내는 ‘등록금 후불제’, 당사자 소득수준에 맞게 등록금을 정하는 ‘차등책정제’가 그것이다.
한편 시민단체인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는 이날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문제로 중퇴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며 각 대학에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
김기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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