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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은퇴 선언 후 꼭 6년만이다. 임창정은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자마자 "지난 6년간 노래를 정말 하고 싶었다"며 은퇴를 번복한 이유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창정은 "다시는 은퇴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3년 돌연 은퇴 선언 후 영화 배우로서 활동을 해온 임창정은 10일 11집 '리턴 투 마이 월드 (Return TO My World)'를 낸 임창정은 오랜만의 컴백에 대한 부담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도 설레이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즐겁게 일할 수 있음에 대한 기쁨을 숨기지 않았던 것. 가수로 오랫만에 돌아오면서 가요계 환경이 많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그 스스로도 많이 변해 있었다.
- "불량품 만들어내는 것 같아 은퇴"
배우로서의 전념. 이것은 사실 은퇴 당시 이유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는 가수, 배우라는 어떠한 틀 안에 있다기보다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으며, 팬들 역시 이러한 임창정의 모습에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퇴를 생각했던 이유는 내가 너무 불량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촬영장에서 고민없이 대본 보고 연기하고, 방송에서는 노래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생각이 불렀죠. 기계적으로 부른 거죠. 스케줄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마치 내가 무슨 도장 찍는 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래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내가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되느냐는 고민을 하게되었고 결과는 연기였죠"

임창정은 가수로서의 컴백이라고는 하지만, 데뷔는 1987년 영화 '남부군'을 통해서 이뤄졌다. 당시 단역으로 출연한 이후 영화와 가요, 그리고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활약을 펼쳤다. 이때문에 은퇴 후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창정이 노래에 대한 애착은 쉽사리 버리기 어려웠다.
"이런 이야기하면 팬들에게 욕먹을 수도 있지만 은퇴를 선언하면서 다시 돌아올 줄 알았어요. (웃음) 노래는 정말 마약 같더라고요. 너무 그리웠고, 길거리에서 내 노래가 너무 듣고 싶었어요. 어느 때는 길을 가다가 제 노래가 나오면 서서 듣기도 했으니까요. 앨범의 성공도 바라지만, 노래를 통해 어떤 성공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죠. 앨범 판매 등은 역시 고민해야죠. 그것은 소속사가 더 걱정이니까요." (웃음)
다시 음악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임창정은 6년만에 바뀐 가요계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의 설레이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섞어가면서 말이다.
"음반을 다 만들고 나서 방송활동을 해야되니까 6년동안 안 봤던 음악방송을 2달 내내 봤어요. 그러면서 버겁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실력이나 외모들이 다 대단하던데요. 무대에서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야 되는 것을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어색해진 선후배 관계는 강인이가 정리해주겠죠. (웃음)"
이런 마음으로 작업한 이번 앨범은 '소주 한잔'을 만든 이동원의 곡 '오랜만이야'를 비롯해 리쌍, 황성제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임창정은 '슬픈 연인' 그때가 그리워요''가슴에 고인 이름' 등 7곡에 노랫말을 붙혔다. 특히 아내인 골프선수 김현주씨에게는 곡 '현주에게'를 통해 고마움을 더했다.

- 아내·김창렬 그리고 노래
임창정이 컴백을 하기까지는 두 명의 역할이 컸다. 우선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안된다며 처음에는 컴백에 반대하던 아내였다. 그러나 그런 아내도 노래를 들려 준 후에는 조심스럽게 임창정의 컴백을 지원하고 나섰다.
"농담반 진담반 형식으로 아내에게 노래를 계속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죠. 그러나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된다며 아내는 가수로서의 컴백을 반대했어요. 그런데 제가 만든 곡을 들려주는 등 계속 컴백에 대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자 아내도 '어 그 노래 괜찮네'라며 찬성으로 바뀌어갔죠.(웃음)
그리고 나선 이는 DJ DOC의 절친한 친구 김창렬. 김창렬은 임창정에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노래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시 노래를 하라고 했고 곡을 직접 수집해줬다. 이후에 앨범 작업을 할 당시에는 김창렬은 임창정 새 앨범의 프로듀서처럼 일을 했다.
가수로서 컴백을 결정했지만 임창정은 가수로서의 성공보다는 한 시대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임창정은 자신이 이승철이나 김건모처럼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선을 긋는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99%의 음악성을 가진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기에 자신의 음색을 좋아하고 자신의 노래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물론 음악적인 변화를 겪기도 했다. '음악적 테크닉'이나 '기교'가 아닌 목소리의 '깊은 울림'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김창렬은 '노래를 부르는게 아닌 노래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임창정 스스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인터뷰 말미에 임창정은 거듭 은퇴라는 말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지금 자신에게 어떤 일이 어떻게 주어지든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핸드폰에 있는 두 아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번 가수 컴백을 시작으로 드라마 활동과 콘서트 개최도 생각하고 있는 임창정에게 노래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그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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