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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으로 읽는 중세시대 이야기

입력 : 2009-02-27 16:08:18 수정 : 2009-02-27 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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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출간 미국 볼티모어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로라 에이미 슐리츠는 중세 시대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중세를 소재로 연극 공연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7명 아이들은 모두 연극의 주인공을 맡고 싶어했고 슐리츠는 궁리 끝에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짧은 작품을 여러 개 쓰기로 했다.

'존경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시공주니어 펴냄)은 슐리츠가 중세를 소재로 쓴 희곡들로 구성된 독특한 형식의 어린이책이다.

17명 아이들 모두가 3분 정도 주인공을 할 수 있도록 독백으로만 구성된 19편의 독백극과 2편의 대화극을 읽으며 독자들도 연극의 주인공이 되어 중세 시대를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연기하는 만큼 주인공들도 모두 중세 시대 어린이들이다. 작가는 1255년 영국의 장원(중세 유럽에서 귀족이나 사원에 딸린 넓은 토지)에 사는 다양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중세 시대 사람들의 삶과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농노의 아들인 윌의 독백으로 구성된 '쟁기소년 윌'에서는 의무적으로 영주의 밭을 일궈야 하는 농노의 삶과 장원의 규칙을 엿볼 수 있다. 밭을 일구는 대가로 매일 청어 세 마리와 빵 한 덩어리를 얻어오던 윌의 아빠는 어느 날 산토끼를 잡아오고 가족들은 그날 신선한 토끼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누구에게도 산토끼를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고 신신당부한다. 왜냐하면 산토끼는 영주의 것이므로 농노가 이를 잡아먹은 사실이 알려지면 아빠가 교수형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주의 딸 이소벨과 가난한 바버리의 이야기를 그린 대화극에서는 중세 시대 계급간 차이가 묘사된다.

쓰레기 더미에서 나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쌍둥이 동생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는 바버리는 파란 드레스를 입고 하녀의 시중을 받는 우아한 이소벨을 보고 순간 질투심에서 이소벨에게 똥을 던진다.

내용뿐 아니라 13세기 채색 사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정교한 펜화 그림도 중세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로버트 버드 그림. 김민석 옮김. 96쪽. 9천500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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