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가 부담스럽죠?” (황교안 검사장)
“그저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단정려 검사)
검사장과 초임 검사의 대면에 이처럼 이목이 쏠린 적이 있을까. 화제의 두 사람이 마침내 얼굴을 맞댔다. 10일 오전 경남의 치안을 책임지는 창원지검 청사에서다. ‘강성 노동운동가’ 단병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딸 정려(27·사법시험 48회·왼쪽)씨는 창원지검에 갓 부임한 초임 검사로서, 한때 불법 집회·파업의 엄단을 진두진휘한 ‘정통 공안’ 황교안(52·사시 23회·오른쪽) 검사는 창원지검 검사장으로서다.
단 검사는 아버지의 ‘이력’ 덕분에 검찰에 임용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첫 근무지가 또 호사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창원지검의 책임자가 바로 ‘공안의 달인’ 황 검사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황 검사장은 서울지검 공안2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불법 집회·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단 전 의원과 ‘악연’을 맺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황 검사장은 “공안검사와 피의자를 서로 적이나 원수처럼 생각해선 안 되며, 더구나 단 검사의 창원지검 발령이 무슨 원수의 딸을 맞이하는 것처럼 비쳐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 검사장은 “일선 검사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로 단 검사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한 뒤 “훌륭한 검사가 되도록 지도하겠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부담스럽긴 단 검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버지와 황 검사장의 ‘인연’이 알려진 뒤 더욱 그랬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이) 일하면서 특별히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실무를 잘 몰라 일단은 이것저것 해보고 여러가지 사건을 많이 접해보고 싶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이날 창원지검에 처음 출근한 단 검사는 형사1부(부장 김용주)에 배치됐다. 형사1부는 창원, 진해, 함안, 의령 등 경남 중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형사사건과 조세·관세 등 사건을 처리하는 부서다. 관내에 조선업, 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이 밀집한 창원지검은 공안의 비중이 크다. 지역 노동계는 “단 검사 부임을 계기로 검찰 내부에 노동계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