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생명윤리 문제 때문 주춤
축적된 연구역량 자칫 사장위기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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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필 제주대 교수·생명공학 |
줄기세포 연구는 세포 종류에 따라 윤리적인 문제는 없으나 분화능력이 떨어진 성체줄기세포와 배아를 사용하나 인간의 210여개 모든 장기로 분화할 수 있어 일명 ‘만능세포’로 불리는 배아줄기세포로 나뉜다.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포함한 배아의 사용범위를 신선 배아(불허) 혹은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녹여 이용하는 법(허용), 그리고 인간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 간 핵 이식 배아(불허)와 인간 난자에 이식하는 동종 간 핵 이식 배아(부분적 허용)로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신선 혹은 냉동 잔여 배아로부터 얻어진 수정란 줄기세포는 윤리적인 면에서 좀 더 자유로울망정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 반면 환자 자신의 체세포 핵을 인간 난자에 이식하는 동종 간 핵 이식 배아의 경우 복제된 배아로부터 얻어진 줄기세포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거의 완벽하게 갖고 있어 환자 본인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는 치료용 세포를 얻을 수 있는 연구 분야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몸 대부분의 고장 난 장기를 통째로 바꿔 끼우지 않더라도 장기의 손상된 부위에 이 세포를 이식해 줌으로써 치료가 가능한 엄청난 의학적·의료적 효용성을 갖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재생의학’으로 평가되고 있는 치료법이다.
복제 양 돌리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킨 바 있는 영국에서는 치료용 배아복제를 통한 난치병 치료 차원의 연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8년 전에 이미 배아복제에 성공한 바 있으나 현재 금지되고 있는 이종 간 체세포 핵 이식연구 분야마저도 2008년에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국보다 우리나라가 윤리적인 관점에서 우월한 것인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얻어지는 막대한 의학적·의료적 가치 때문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선진국인 미국·영국·호주 등이 이 분야에서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고, 며칠 전 중국마저도 동종 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배아복제에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난자 사용 없이 환자 체세포만으로도 역분화를 통해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갖는 체세포 유래 다능성 줄기세포(iPS)를 일본·미국에 이어 성공한 바 있다. 과학자들 역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대안기술개발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우리의 연구역량이 세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생명공학 연구특성상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시급한 승인이 요청되며, 더욱이 줄기세포 연구는 여전히 우리나라 차세대 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 연구 분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줄기세포배양사건’에서 경험했듯이 이 연구는 인간 난자가 불가피하게 사용된다. 따라서 과학자들 스스로도 연구과정의 안전성과 더불어 제기되는 윤리문제에 소홀함이 없도록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체세포 복제배아를 포함한 다양한 줄기세포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난치성 환우를 위한 조속한 치료술 개발이다. 법적 테두리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포치료술에 부응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줄기세포 연구가 재도약되길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박세필 제주대 교수·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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