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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연 보존회 사무국장 노순씨의 '연 예찬론'

입력 : 2009-01-24 13:25:46 수정 : 2009-01-24 13: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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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연 만들기는 민족 혼 계승하는 길”
◇민속연 이수자인 노순씨가 23일 서울 동작구 동작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연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거창한 말이지만 민속놀이에는 민족의 혼이 담겨 있죠. 그래서 우리의 전통 연날리기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방패연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둔 23일 민속연 이수자인 사단법인 민속연 보존회 사무국장 노순(30)씨는 전통 연 보전과 보급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른·꼬마들이 동네 언덕에서 연을 날리는 풍경이 흔하지 않은 것이 오래지만 누군가는 연에 대한 관심이 끊어져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무형문화재 4호인 연 만들기 장인 노유상옹. 가난했던 시절 온 가족이 살던 단칸방에서 노씨는 연을 만드는 할아버지 옆에서 얼레나 연을 가지고 놀며 자라왔다. 노씨는 “‘연에 젖어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저 자연스러운 내 한 부분”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노씨가 처음부터 연 계승의 길로 가려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그였다. 그러던 2004년 군 제대 후 노옹의 계승자였던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노씨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아버지가 쌓아온 공적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없어 결심을 굳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은 알면 알수록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그는 “방패연의 원리를 알면 세계 모든 연이 나는 원리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연은 세계 최고”라며 ‘연 예찬론’을 펼쳤다. 우리나라의 연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조종이 가능하기에 거친 연싸움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사각형 모양이지만 머리, 허리, 귀 등 생물처럼 몸통을 구분하고, 각 위치에 매는 실마다 이름이 다르다. 실의 길이, 실 구멍의 위치에 따라 연의 성격이 변하는 것도 한국 연의 특징이다.

노씨는 “제대로 방패연을 만들어 날리려면 2시간이 걸릴 정도로 연 만들기는 과학적이고 섬세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리 연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승하기 위해 노씨는 ‘교육’에 힘을 쏟는다. 1월 초부터 대보름 전까지 밀려드는 연 만들기 교실 강의 요청으로 쉴 새가 없다. 대보름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강의 요청이 사라져 씁쓸함이 없진 않다. 그래도 도서관, 문화센터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기꺼이 달려간다. 이 아이들이 커서 연을 기억하고 그의 아이들과 다시 연을 만들어 보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전통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노씨.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연에 대한 관심은 매년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비전이 있기에 무척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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