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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나무를 통째로 옮겨 심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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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1-14 10:16:33 수정 : 2009-01-14 1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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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loss Auerbach(아우어바흐 성)의 좁은 성곽 위에 서 있는 소나무.
어쩜 나무를 통째로 옮겨 독일 땅에 심겨진 우리가족과도 같이 느껴진다.
어릴 때 잘리거나 초병들의 군화 발에 어찌 밟히지도 않았는지?

독일에 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광부로 오셨던 어른신이 물건을 싸게 파는 모임이 있다고 해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그곳은 어느 독일식 식당의 분리되어 있는 방이었다.

사실 싸다고 하는 물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독일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슬라이드를 설치해 놓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건강보조기구 같은 것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 날 우리를 안내한 그 어르신은 맥주를 드셨다. 우리는 커피랑 음료수에다가 쿠키까지 이것저것 맛있게 먹었다. 역시 물건을 팔기 위한 방법은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독일의 정서를 느끼고 배우며 또한 부담 없이 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끝날 때쯤 되었는데 이건 또 뭔가?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른 가운을 단정하게 입은 여직원이 큼직한 가죽지갑을 들고 돈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독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몸은 독일에 있지만 아직도 정서는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팔고 산 물건 값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사지 않은 우리 앞에도 왔다. 아니 영수증을 내밀고 있지 않는가? 어리둥절한 나는 물어보았다. 아뿔싸! 우리가 먹은 음료수와 쿠키 값을 받는 식당직원이란다. 이건 어찌된 것인가? 맛있게 먹었던 것이 이렇게 아깝게 느껴지기는 처음인 듯 했다. 그 여자가 식당직원인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한국에서도 ‘공짜관광이니 세일관광이니, 상품 설명회니’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관광지로 모셔놓고는 물건을 비싸게 팔아먹는 그런 관광이 있다고 들었다. 때로는 문제가 되어 방송을 타는 것을 보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설명회를 한답시고 자리 값이나 커피 값을 받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자리 값은커녕 도리어 선물까지 주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오늘은 나로 하여금 정이 떨어질 정도로 인색하기 그지없게 느껴지게 한다. 결국 우리는 물건을 산 것도 아니고 잘 몰랐던 독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생각지도 않은 비싼 값을 치루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네와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아 잔인하게 느껴진다. 이들에겐 아주 정상적인 일상이다. 하기야 길가다가 담배를 한 대 얻어 피워도 바지 주머니를 뒤져 그 담배 값으로 동전 몇 닢을 건네주는 모습도 보았으니…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도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말 못할 슬픈 일들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가슴 아파했던 일들도 있었다. 그 때 집사람은 늘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 비싸게 투자해서 배운다고 생각을 하세요.”라고 위로했다. 신앙심이 깊은 아내의 넉넉함 덕분에 우리는 오늘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많은 시간과 힘겨운 아픔과 적어도 우리가 느끼기엔 엄청난 돈을 투자하면서 지금도 독일을 배워가고 있다.

암담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피해갈 수 없었던 수많은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음에 감사해 하고 있다. 이제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독일을 통해 나름대로의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아이와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아내와 더불어 우리는 좋은 생각을 먼저 가지고 오늘을 극복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오늘도 독일을 배운다.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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