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1심 판단이긴 하지만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최근 전국 도심에 고층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일조권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그동안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 세입자들의 일조권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임채웅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건물주 6명이 KT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조권 피해가 인정된 김씨 등 5명에게 684만∼143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씨 등이 받을 손해배상금을 전체 피해 배상액에서 세입자 몫으로 산정한 10%를 뗀 90%로 했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소송을 낼 경우 1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조권은 소유권뿐만 아니라 정당한 생활을 누릴 권리에도 근거를 두고 있는 만큼 일조권 침해로 산정된 손해액은 건물 소유자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적절히 돌아가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금까지는 일조권을 소유권에서 나오는 권리로 보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재판부는 이어 “임차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배상액의 90%가 소유자에게, 나머지 10%가 거주자 몫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이 주택의 경우 가구별로 일조 조건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 등이 여러 명일 경우 이들 몫 10%를 가구 수로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제시했다. 가구마다 일조권을 침해당하는 상황이 다를 경우 배분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는 따로 배상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소유자인 김씨 등은 인정되는 손해액의 90%에 대해서만 청구권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김씨 등은 서울 성동구에 1970∼2001년 지어진 2∼4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KT가 올해 근처에 지상 18∼29층 아파트 골조공사를 하면서 햇빛을 가려 일조권을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주택 감정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동지를 기준으로 연속 2시간 이상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등 피해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박희준·김정필 기자 segye6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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