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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이탈리아산 ‘스푸만테’ 과일향 풍부하고 값도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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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25 09:31:37 수정 : 2009-02-25 09: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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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저번에 들고 온 와인 있잖니? 샴페인인가? 그거 왜 이렇게 비싸니? 분위기 내는 데 그만이고 축하하는 자리에 아주 좋다고 해서 사러 갔더니 너무 비싸더라. 웬만한 일반 와인에 비해 너무 비싸서 손떨리더구만….’

부모님 칠순이라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 샴페인을 사가지고 갔던 한 친구의 불평이다. 최근에 필자는 친구 모임을 비롯 각종 모임이나 생일 선물로 스파클링 와인을 종종 들고 갔다. 샴페인도 들고 가고 다른 스파클링 와인도 들고 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모두를 그저 샴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즉 일반 스틸 와인과 달리 와인에 기포가 들어 있는 발포성 와인은 대표적인 것이 샴페인이지만 샴페인 말고 다른 종류도 많다. ‘샴페인(불어 ‘샹파뉴’)’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만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 AOC 규정에 따라 원산지 보호를 받는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물론이고 프랑스 내 다른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도 샴페인이란 명칭은 사용할 수 없다.

스파클링 와인은 일단 기포가 없는 일반적인 와인(스틸 와인)을 양조한 뒤 당분과 이스트를 추가해 한 번 더 발효 과정을 거쳐(2차 발효) 기포가 있는 발포성 와인으로 재탄생된다. 이때 샴페인을 비롯한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2차 발효를 개별 와인 병에서 하고 일반 스파클링 와인은 한꺼번에 탱크에서 진행시킨다.

샴페인처럼 병 발효를 할 경우 생산 공정이나 비용은 많이 들지만 잔에 따랐을 때 기포가 미세하며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입 안에서도 부드러운 거품(무스라고 부른다)의 질감을 즐길 수 있다. 거기에 효모가 분해되며 풍기는 빵이나 비스킷 냄새를 즐길 수 있다. 이에 비해 탱크 방식은 기포의 섬세함이나 부드러움은 덜하지만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신선하고 풍부한 과일 풍미를 보여준다.

프랑스 샹파뉴 외의 지역에서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와인은 ‘크레망(cremant)’이라고 부른다. 부르고뉴, 알자스, 루아르 지역이 유명하다. 가격은 샴페인보다 저렴하지만 양조 방식이 비슷해 고급 품질의 발포성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독일에선 ‘젝트(Sekt)’라 불리는데 병 발효한 고급제품도 있지만 주로 탱크 방식이고 꽃 향기나 과일 향기가 많이 나는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이다.

이탈리아에선 스파클링 와인을 일반적으로 ‘스푸만테(Spumante)’라고 부르며 피에몬테 지역의 ‘아스티(Asti)’는 달콤하면서 과일 향이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도 낮아(6∼8%)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탈리아 동북부에서는 주로 탱크 방식으로 양조되는 ‘프로세코(prosecco)’가 있는데 드라이나 오프 드라이 정도의 단맛에 복숭아나 살구향이 강하다. 스페인의 ‘카바(Cava)’는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샴페인보다는 가볍고 상큼한 스타일로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이 밖에 칠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샤르도네, 피노 누아 등의 포도 품종으로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제조방식만큼 스타일도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대는 샴페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인순 WSET 대표강사.
스파클링 와인 라벨에 ‘블랑 드 누아’라고 쓰여 있으면 적포도 품종을 껍질을 제거하고 압착해서 만든 것이고, ‘블랑 드블랑’이라고 쓰여 있으면 청포도 품종으로 만든 발포성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병 레이블에는 당도에 따라 개성을 표시해놨으니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예를 들어 브뤼(Brut)나 드라이, 엑스트라 드라이는 단맛이 없고, 섹(Sec)은 살짝 단맛이 있고, 드미 섹(demi sec)이나 미디움은 어느 정도 단맛이 나며, 두(Doux)는 아주 달콤해서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포도가 아닌 다른 과실에다 탄산 가스를 주입한 유사 스파클링 와인은 주의해야겠지만 가족이나 친구 모임에 꼭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부담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와인 산지의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 보는 것도 재미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는 그 자리, 그 순간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WSET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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