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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페르세포네를 찾으러 간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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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15 17:22:11 수정 : 2008-12-15 17: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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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모험-20

지하세계, 흉악하고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사악한 영혼들이 가서 영원한 벌을 받는 곳이 바로 이 무한 지옥이다. 그렇지 않고 일반적으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죽은 자의 영혼들은 대부분 아무 색도 없는 무색무취한 꽃들이 쓸쓸히 피어 있는 황량하고 음산한 곳으로 간다. 이곳은 아스포델 들판이다. 반면 이승에서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덕을 많이 베풀은 영혼들은 행복의 들판 엘리시온으로 갈 수 있다.

이 지하세계를 맡아 다스리는 신들은 타나토스와 히프노스와 모르페우스 등이다. 영원한 암흑의 신 에레보스는 밤의 여신 닉스와 결합하여 쌍둥이를 낳았는데, 이들이 바로 죽음의 신 타나토스, 잠의 신 히프노스이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죽은 자의 영혼을 지하세계로 데려오는 저승사자 역할을 맡고 있으며, 늘 검은 옷을 입고, 때로는 칼까지 들고 날개를 퍼덕이며 인간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잠의 신 히프노스는 타나토스처럼 날개가 달려 지상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최면을 거는 마술 지팡이로 건드려 모든 것을 깊은 잠에 빠뜨린다. 타나토스의 날개에 비해 히프노스의 날개는 작다.

잠의 신 히프노스는 자식을 낳았는데, 그가 꿈의 신 모르페우스이다. 진통제로 사용되거나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모르핀은 그의 이름에서 연유한다. 모르페우스도 역시 날개가 달려있다. 그는 순식간에 이쪽 땅 끝에서 저쪽 땅 끝으로 변신하여 잠든 이들의 꿈속에 찾아간다. 그리고는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도하고, 길흉을 알려주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히프노스는 사람들을 잠들게 하고 모르페우스는 고통을 잊고 꿈을 꾸게 하거나 아주 깊은 잠 속에 빠져들게 만든 다음 타나토스의 작업을 수월하게 돕는다. 타나토스는 잠든 존재들 중에서 생명이 다한 존재만 골라서 하데스로 데려갔다. 이렇게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는 지금도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를 연결하며, 사람들의 세계를 지배한다.

테세우스와 페리토스, 두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엄청난 지하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들이 지하세계를 가기 위해 아케론 강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 강을 건너려했지만 그들이 타고 갈만한 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지하세계와 인간세계, 그리고 신들의 세계를 넘나드는 지혜로운 신 헤르메스가 나타났다. 그들은 헤르메스에게 청했다.

“헤르메스 님, 제발 우리를 하데스의 궁으로 데려가 주세요. 우리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러자 헤르메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난 그대들을 데리고 갈 수가 없네. 여기는 죽은 사람들만이 들어가는 세계이고, 명단에 들어있는 사람이 아니면 들여보낼 수도 없네. 그 질서를 깰 수도 없을뿐더러 저 강을 건너 일단 하데스의 세계로 들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도 없네. 그러니 무모한 짓하지 말고 돌아들 가게.”

테세우스가 다시 나섰다.

“솔직하게 헤르메스님께 말씀 드릴게요. 우리 두 사람은 제우스의 딸과 결혼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래서 나는 아내감을 데려왔는데, 이 친구 아내감이 바로 하데스가 강제로 데려간 페르세포네에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데려다가 행복하게 해주어야 해요. 그러니 제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를......하긴 불쌍한 여인이긴 하지.”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헤르메스는 결심한 듯 그들을 향해 말했다.

“좋다. 너희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건 내 책임질 수 없네. 다만 나는 그대들을 하데스의 궁까지는 데려다 주지. 대신 혹여 살아 돌아오더라도 그 나라의 비밀은 말해선 안 되기에 그대들의 눈을 가리고 데려가겠네.”

헤르메스는 두 사람의 눈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천으로 가린 후 그들을 안내했다. 하데스는 헤르메스가 예정에 없는 사람들을 데려온다는 것을 알고는 짐짓 모르는 체 했다. 테세우스와 페리토스는 무사히 하데스 앞에까지 갈 수 있었다.

“허허 헤르메스가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을 모시고 왔군.”

하데스는 그들을 정중히 맞이하는 체했다. 그러면서 하데스는 다정한 몸짓으로 그의 어전에 앉도록 권했다. 하데스는 그들이 어차피 죽음의 영역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경계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아주 멋진 의자를 가리키며 그 곳에 앉도록 권했다.

“하하핫, 내 그러지 않아도 인간세상이 궁금했는데, 그대들에게 인간 세상이야기나 들어야겠네. 그러니 자! 의자에 앉도록 하게.”

테세우스와 페리토스는 그가 지정하는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자리는 망각의 의자였기 때문에 일단 앉으면 모든 기억을 상실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의자에 앉는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들의 마음은 백지 상태가 되었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에 언제까지나 그들은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위대한 두 영웅이 결국 지상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때 지상에서는 이들로 인한 한 차례 회오리 바람이 일어났다. 테세우스와 페리토스가 유괴한 헬레네로 인한 사건이었다. 헬레네의 오빠 디오스크로이는 테세우스와 페리토스가 자기 여동생을 유괴해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가 폭발하여 당장에 군사를 일으켜 헬레네를 구출하려 출병했던 것이다. 용감하기 이를 데 없는 스파르타의 군사들은 기세등등하게 아티카로 쳐들어갔다. 이들은 헬레네가 유괴되어 있는 아티카의 작은 도시 아피드나이를 쑥밭으로 만들며 온갖 약탈을 자행했다. 그리고는 헬레네를 구해내고, 분을 참지 못하고 테세우스의 어머니 아이트라를 강제로 데려갔다. 아티카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테세우스가 없는 아티카는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처절하게 보복을 당하고 말았다. 이 때에 테세우스와 페리토스는 지하세계로 가고 있는 중이었고, 이제는 하데스의 세계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이대로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것일까? 이들의 이 딱한 사정 앞으로 서서히 한 가지 역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마침 헤라클레스가 마지막 과업으로 하데스의 세계에 오게 되었다. 헤라에게 미움을 받아 12가지 과업을 부여받은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아끼는 아들답게 11가지 과업을 무사히 마치고, 12번째 과업만 마치면 떳떳한 영웅으로 살 수 있었다. 그 12번째 과업이 그에게 부여되었다. 헤라클레스에게 과업을 지시하는 에우스테리우스가 헤라클레스 앞에 나타나 과업을 부여했다.

“이제껏 내 많은 영웅들을 보아왔네만 자네와 같은 영웅은 본 적이 없네. 이쯤에서 자네의 모든 과업을 마쳐주고 싶네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이번 과업을 자네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일세. 이번 과업은 하데스의 세계로 가서 문을 지키고 있는 과물 중의 괴물 케르베로스를 잡아오는 일이네. 지하세계의 문을 지키고 있는 이 괴물은 그 무시무시한 티폰이 에키드나와 결합하여 낳은 아주 무서운 괴물일세. 이미 자네가 퇴치한 게리오네우스의 괴물 개 오르트로스, 레르네의 히드라, 네메아의 사자와는 사촌간일세. 이제까지 자네가 물리친 괴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이 괴물은 사나운 개의 머리가 세 개나 달려있고, 등줄기와 꼬리를 따라서는 뱀의 머리가 수없이 달려있는 놈이라네. 하데스의 문을 지키는 이 놈은 일단 하데스의 세계로 들어오는 사람은 다 받아주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절대로 나갈 수 없도록 막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여 과업을 완수하기 바라네.”

모처럼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여, 길고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에우스테리우스가 고맙게 여겨졌다. 하지만 에우스테리우스는 그가 지하의 세계로 내려간다는 것은 죽으러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므로 그를 측은하게 생각했다. 헤라는 이번에는 기어코 헤라클레스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계략으로 에우스테리우스에게 그 과업을 헤라클레스에게 내리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어느 누구도 하데스의 세계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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