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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뿌리는 돈이다

입력 : 2008-11-28 17:46:43 수정 : 2008-11-28 17: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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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증권·환율·부동산 시장 등 내년 경제전망서 쏟아져
“미천한 자를 황제나 대통령으로 세우기도 하고 고귀한 자를 사기꾼이나 도둑으로 전락시키기도 하며, 범죄자를 풀어주고 무고한 이를 벌주며, 평화를 실현하기도 하고 전쟁의 씨를 뿌리기도 한다.”

“천사이자 악마이며, 천국이자 지옥이며, 신이자 악령이고, 독재자이자 친구며, 가장 빛나는 꿈이자 가장 소름 끼치는 저주이다.”

돈에 대한 상반된 정의다. 처음엔 경제적 교환수단에 불과했던 돈은 부의 축적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물신(物神)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사랑에 기반한 결혼도, 수명을 연장하는 의료 서비스에도, 정성과 관심으로 이루어지던 아이들 교육에까지 돈의 위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다. 나아가 돈은 정치·종교와 결탁하고, 탐욕에 의한 범죄를 부추기고, 거품과 투기로 인간 사회를 패닉으로 몰아간다.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1910∼2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914년 1달러의 가격은 4.2마르크에 불과했으나 1920년 2월에는 99마르크에 달했다. 가치가 떨어진 마르크화 지폐를 압축기에 넣어 폐기하는 모습이 당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한 지구촌 차원의 금융위기의 뿌리도 돈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지금도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과 대형 모기지 회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등 금융위기는 점점 증폭되고 있다. 금융부문에 이은 실물경제의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거나 아직 시작도 안 된 셈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길게는 1년 정도면 지나가지만 앞으로 실물경제의 위축이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의 끝’이 아직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금융위기가 오게 되었는가? 도대체 세계의 금융시장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09년의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고, 국내 경제 향방은? 요동치는 증권시장과 예측 불가능한 환율, 대안이 없어 보이는 부동산 시장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권위 있는 학자와 연구기관이 잇따라 내년도 경제 예측서를 내고 있다. 태평양에 울타리를 두르는 격이겠지만 일정한 가이드라인 역할은 충분히 하리라 본다.

‘공황전야’(서지우 지음, 지안출판사)는 ‘한국경제의 파국을 대비하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직설적이다. 인터넷매체에서 ‘미네르바’와 함께 SDE라는 아이디로 맹활약해온 공학박사인 저자는 우리 경제가 지난 10년간 무지와 탐욕에 빠져 있다가 이제는 금융공황, 심지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위험에까지 빠져 있음을 경고한다.

“공황의 원인은 대중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라는 찰스 킨들버거 전 MIT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한 저자는 부동산 부양책, 감세 정책, 저금리 정책, 유동성 공급 등 각종 정책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며 정부의 무지와 안이한 대응이 오히려 한국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한다. 위기 극복은 스스로를 차갑게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머니쇼크―세계를 움직인 돈과 권력 욕망의 삼각관계’(클라우스 뮐러 지음, 김대웅 옮김, 이마고)는 세상을 움직이고 인간을 지배하는 돈의 본질을 밝힘으로써 돈이 야기한 위기의 기원을 천착했다. 2004년 출간된 ‘돈과 인간의 역사’를 개정한 책은 돈과 권력, 돈과 범죄, 돈과 투기 등 돈에 얽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보여주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돈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인간을 지배해 왔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폈다.

저자는 현대의 무수한 경제위기가 이미 초기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서 경험되었으며, 이는 돈의 마력에 사로잡힌 인간의 탐욕에서 잉태되었다고 주장한다. 17세기 네덜란드를 휩쓴 튤립 투기 열풍, 18세기 프랑스 경제를 마비시킨 존 로의 주식 은행, 세계 경제공황의 시작을 알린 1929년 10월의 ‘검은 금요일’ 사건,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 1970년대 전 세계에 소용돌이쳤던 달러 대폭락과 제2차 골드러시 등은 모두 투기와 거품이란 덫에 걸려 시장이 붕괴된 사건으로 시장경제와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불안정성과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금융 어떻게 볼 것인가’(구라쓰 야스유키 지음, 강신규 옮김, 한스미디어)는 대혼란의 시기가 오기 전, 그 혼란을 감지하고 세계 금융시스템의 변화를 추적한 책이다. 금융이 어떤 변화와 변질을 시도하고 있는지, 그리고 금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을 ‘저축에서 투자로’라는 자금운용의 변화, 불안한 은행의 문제, ‘펀드’라 부르는 투자집단, 미국의 금융,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의 공동체 움직임, 금융과 사회의 접점에 대한 문제의식 등 6가지 관점에 근거해 분석했다.

나아가 세계를 움직이는 다양한 펀드와 신흥국의 외환보유, 이슬람 금융까지 살핀 저자는 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예리하게 지적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은행들의 소극적인 경영자세도 비판했다.

지난해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 금융대란을 정확히 예측한 ‘이코노미스트 세계대전망 2009’(인트랜스 옮김, 한국경제신문사)도 내년 세계경제 전망을 ‘매우 흐림’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내년은 현대 미국 경제사에서 가장 위험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대공황 이후 보아왔던 미국과는 전혀 다른, 즉 저성장에서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책은 세계 선진 경제가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하여 파산과 긴축정책, 실업률 증가 현상 등이 나타날 것이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세계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상태를 유지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편 2009년은 세계 지구온난화 해결방식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탄소거래, 물 부족, 대체에너지 같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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