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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마련한 '양형기준안' 들여다보니…

입력 : 2008-11-25 09:53:10 수정 : 2008-11-25 0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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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뇌물·살인 '기준안' 공개

#1. 똑같이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공무원 A씨와 B씨가 있다. 판사가 펼쳐든 양형기준표에는 3∼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라고 돼있다. 혐의를 자백하고 반성의 기미가 뚜렷한 A씨와 달리 B씨는 먼저 돈을 요구한 데다 비슷한 사유의 징계 전력도 있다. 판사는 양형기준표가 제시한 형량의 감경 및 가중 요소를 확인한 뒤 A씨에겐 징역 2년6월, B씨에겐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2.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된 C씨는 ‘소아기호증’ 환자다. 양형기준표대로 하면 징역 6∼9년이 예상된다. 그런데 C씨는 여러 차례의 비슷한 전과도 있다. 판사는 “아동 성범죄 누범의 경우 형량 범위의 최고·최저치를 각각 1.5배씩 높게 잡는다”고 규정한 양형기준표에 따라 9년의 150%에 해당하는 13년6월의 징역형을 C씨에게 선고했다.

‘양형기준표’가 보편화된 시대의 법정을 상상한 모습이다. 우리 법원은 그간 동일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 형량이 재판부별로 천차만별인 탓에 ‘고무줄 양형’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이 같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생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4일 공청회를 갖고 1차로 마련한 성범죄·살인·뇌물 관련 양형기준안을 공개했다.

양형위는 범죄를 유형별로 구분한 뒤 기본적 형량 범위를 제시하고 여기에 감경·가중 요소를 둠으로써 판사가 형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성범죄의 경우 양형위는 피해자 나이와 범행 종류를 기준으로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강제 성관계 ▲13세 이상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 ▲13세 미만을 상대로 한 성범죄 등 3가지로 구분해 각각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강간살인범에 대해선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뇌물수수는 액수에 따라 ▲3000만원 미만 ▲3000만∼5000만원 ▲5000만∼1억원 ▲1억∼5억원 ▲5억원 이상 등 5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뇌물공여도 ▲3000만원 미만 ▲3000만∼5000만원 ▲5000만∼1억원 ▲1억원 이상 등 4단계로 구분했다.

초범이거나 혐의를 자백하면 형량 감경요소가 되지만, 직급이 높고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면 형량은 가중된다.

눈에 띄는 것은 그간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의 빌미가 돼온 집행유예 판결의 기준을 엄격히 제시한 점이다. 양형위는 초범으로 현저한 반성의 뜻을 밝히고 받은 뇌물 액수도 1000만원 미만일 때 등 몇 가지 조건에 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살인죄는 5년 이상 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만 규정된 현행 법정형이 9개로 세분화됐다. 양형위에 따르면 살인 유형은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보통 살인 ▲비난받을 사유가 있는 경우 등 3가지로 나뉜다. 장기간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저지른 살인이 참작할 만한 사유라면, 아무 이유도 없는 ‘묻지마 살인’이나 돈을 위한 청부살인은 비난 사유에 해당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기준안 마련을 위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많은 회의가 열렸고, 매번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조만간 강도, 횡령, 배임, 위증, 무고 등 5개 범죄의 양형기준안도 마련해 2차 공청회를 연 뒤 내년 4월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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