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마무리 훈련·FA규정 준수 싸고도 불협화음 “검찰 수사라도 의뢰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스토브리그를 맞은 프로야구판이 구단 간 불신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야구판이 흔들리는 이유는 동업자 의식의 실종에 기인한다. 그 스타트는 히어로즈가 끊었다. 히어로즈는 지난 14일 삼성으로부터 2군 투수 박성훈과 현금 3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올 시즌 12승8패, 방어율 2.85를 기록한 좌투수 장원삼을 트레이드했다. 사실상 현금 트레이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히어로즈가 선수를 팔아먹은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히어로즈 창단 당시 구단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자 ‘5년간 선수 현금 트레이드와 구단 매각 금지’ 등의 안전장치를 내걸었다. 일반 회사로 치면 ‘법정관리’ 구단이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나머지 6개 구단은 법적 조치는 물론이고 내년 시즌 삼성과의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궁지에 몰리며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삼성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구단들도 장원삼을 영입하기 위해 히어로즈와 접촉하지 않았느냐며 구단들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벌써 여러 구단이 접촉해놓고 성공시킨 삼성만 비난하느냐는 논리다. 삼성과 히어로즈는 이번 트레이드는 하자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KBO도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른 구단으로부터 상도의를 어겼다고 비난받고 있는 삼성의 김재하 단장은 사전에 장원삼의 트레이드 가능 여부를 KBO에 두 차례나 문의했으나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5년간 현금 트레이드 금지가 문서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 트레이드의 정당성을 부여했던 KBO의 어정쩡한 태도가 화를 키운 꼴이다.
‘장원삼 트레이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신상우 KBO 총재는 17일 간부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19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각 구단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트레이드 승인 여부가 결정되더라도 그 후유증은 심각할 전망이다.
해외 마무리 훈련도 도마에 올랐다.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한 한국시리즈 우승팀 SK가 마무리 훈련을 일본 고지에서 하기로 결정해 파문이 일었다. SK는 1.5군과 2군 선수들을 시코쿠섬 고지현으로 보내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해외 마무리 훈련 금지 역시 지난해 이사회에서 하지 않기로 약속된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 구단이 쌀쌀한 날씨에도 국내에서 마무리 훈련 중이다.
자유계약선수(FA) 규정 역시 지켜질지 미지수다. 선수 몸값 거품을 줄이겠다고 나선 각 구단은 최근 단장모임을 통해 FA계약을 규정대로 시행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규정에 따르면 FA가 팀을 옮겨 계약할 때 계약금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년계약 역시 안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규정을 지킨 팀은 없었다.
잇단 우울한 소식에 눈쌀을 찌푸리고 있는 야구 팬들은 꿈과 희망을 준다는 프로야구판이 빨리 동업자 의식이 통하는 건전한 상식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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