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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희씨 동판화 '새벽 시리즈'

입력 : 2008-11-17 18:30:37 수정 : 2008-11-17 18: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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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점과 선이 만든…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20년 넘게 동판화에 천착해 온 강승희씨가 새로운 기법으로 재무장해 수묵화 같은 판화 작품을 내보인다.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동양적이고 명상적인 ‘새벽’ 시리즈다.

흑백모노톤과 절제된 구도, 판화임에도 날카롭지 않게 번지는 경계 효과 등을 사용해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강씨는 갖가지 도구를 직접 열처리까지 해가며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연장의 강도와 적절한 힘의 전달을 고려했다. 동판이라는 캔버스에 붓질을 해나가듯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아마도 이런 방법은 그가 처음일 것이다. 세계 최고(最古) 목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빛나는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고픈 것이 그의 꿈이다. “4년 전부터 드라이포인트 매력에 젖었다. 송곳 같은 날카로움에서 나오는 번짐 효과와 점묘로 이뤄지는 강한 톤에 반했다”

동판화 기법의 하나인 드라이포인트는 직접 도구를 이용해 파내는 직접 판법이다. 간접 판법이라 할 수 있는 부식기법에 비해 더 정통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훨씬 어렵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각각 다른 굵기와 무게로 이뤄진 송곳의 뾰족한 끝을 동판에 들이대면서 점을 찍고 선을 그어간다. 무수한 점과 선이 모여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어둠이 되고, 밤이 된다,” 그는 이를 통해 동양화 발묵효과와 더불어 강한 선은 에칭을 뛰어넘는 또 다른 깊은 맛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여백 표현에서는 미세 얼룩과 함께 최소한의 부식기법을 적용해 어스름한 효과를 얻어 냈다.
◇‘새벽’ 시리즈

이렇게 탄생한 그의 판화는 정적이며 쓸쓸한 느낌을 자아낸다. 검은 숲과 대비되는 하얀 여백은 눈이 쌓인 새벽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말레비치의 모노크롬과 같은 숭고함과 무게감도 느껴진다. 하얗고 검은 숲은 그의 고향인 제주의 측백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판화를 카피로 생각하는 일반의 인식을 바꿔가고 있는 강씨는 화려한 색으로 무장한 미디어시대에 이와 상반되는 그림 양식과 표현 매체로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아직도 표현할 대상이 많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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