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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오바마시대 ‘외톨이’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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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1-11 21:16:40 수정 : 2008-11-11 21: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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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대 정치부장
YS(김영삼)정부 때의 대북정책은 강경했다.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씨를 북송할 때와는 달랐다. YS의 대북정책은 강경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명박정부와 차이가 없다. 프랑스 방송의 영변 핵시설 공개에 이은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 등으로 촉발된 1차 북핵위기 때 YS의 강경 기조는 극에 달했다.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북미 양자대화로 해결하려 했다. YS를 철저히 왕따시킨 것이다. YS는 1994년 핵 동결과 경수로 2기를 맞바꾼 ‘제네바 합의’가 나올 때까지 북미 양자 사이에서 ‘외톨이 신세’나 다름없었다. YS가 소외되면서 한미 관계는 충돌 직전까지 갔다. 종국에 가서 경수로 건설비용 15억6200만달러 가운데 무려 73%인 11억3700만달러를 우리가 부담키로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YS와 클린턴 행정부 때의 얘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것은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해 “미국 한번 안 가봤다”고 노래 불렀던 노무현정부 때의 불편한 한미 관계를 복원했다고 하지만, 이 정부 출범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버락 오바마 시대의 한미, 남북 관계는? 청와대 사람들은 “미국 정권이 바뀌었다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라며 호기를 부린다. 외교안보 당국 수장들도 “한미 관계는 별 문제 될 게 없다”며 수비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오마바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예측을 많이 내놓는데도 말이다. 오바마 시대의 한반도 정세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180도 달라졌다. 북한 포용을 기조로 한 ‘페리 프로세스’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접근 방법부터 부시의 공화당 정책과는 판이하다. 올드패션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대북정책 틀을 다시금 뜯어봐야 하는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얘기다. 판을 정확히 읽고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고선 한동안 넋 놓고 하늘만 쳐다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 민주당의 정책 기조는 핵 폐기와 확산 방지에 대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유연함’이다. 부시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던 오바마 아니던가. 미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가능한 종식을 추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이 생산한 모든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를 완전하게 설명하도록 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북핵 6자회담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클린턴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는 다자협상 틀은 유지하되 양자회담을 중시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오바마 시대를 맞은 북한의 대미정책 또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예고한다. 한국을 따돌리고 북미 양자가 북 치고 장구 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하면 무리일까? 그런 면에서 북한 길들이기 차원에서 내놓은 ‘비핵·개방3000(비핵화하고 개방하면 경제협력한다)’의 궤도 수정이나 보완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올드패션을 고집하면 할수록 남북 관계는 더욱 꼬이고, 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이산가족 문제도 해결이 어렵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향적 대북정책을 구사해 평양과 워싱턴에 외교대표부를 설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2000년 말 클린턴 정부 말기 양쪽을 오가며 해빙 무드를 조성했던 북한특사 파견 논란이 벌써부터 일 정도이니 전문가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갈 성싶지 않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데도 정권이 교체됐다고 한미 관계가 달라질 게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다. YS정부 때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옥영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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