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예산 확보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해야

9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소방관의 절대 다수는 지방공무원 신분이라 채용과 임명은 방재청장이 아니라 각 광역자치단체장 권한에 속한다. 구성원 전체가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청장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있는 경찰 조직과 다르다.
그동안 소방관들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모든 게 지방화 시대로 가는 마당에 소방관 국가직화는 무리”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소방 기능을 지금처럼 지자체 업무로 유지해 간다면 관심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자치단체장이 나서 열악한 소방관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방재청은 현 상태에서 3교대 근무를 전면 시행하려면 소방관 9000여명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적잖은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 건립이나 영어마을 조성, 도로 건설 등 눈에 보이는 실적 위주 사업에 관심을 둘 뿐 소방 업무에는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지사 입장에선 소방력 확충이 생색은 안 나면서 비용만 드는 일”이라며 “많은 지자체에서 소방 기능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소방관 충원에 쓰라며 지자체에 내려보낸 교부금 집행 실태만 보더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유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전국 12개 광역시·도에 소방관 1473명을 추가 채용하도록 교부금을 지원했지만 채용된 인원은 목표치의 32%인 472명에 그쳤다.
특히 전북, 전남, 경북은 교부금을 모두 다른 사업에 써버리고 소방관은 단 한 명도 새로 채용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소방인력 증원용으로 배정된 교부금이 전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일부 지자체의 낮은 재정 자립도를 감안할 때 국회가 ‘지방 소방인력 확충 지원을 위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재청 한 관계자는 “미국은 2004년 특별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오는 2011년까지 7년간 각 지방정부에 소방관 충원 보조금 76억6000만달러(약 10조원)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책무를 수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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