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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 부셰 - 베르툼누스와 포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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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0-30 19:17:10 수정 : 2008-10-30 19: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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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포모나 마음 녹인 베르툼누스의 정성
부셰의 작품에는 프랑스 로코코 양식을 화폭에 옮기는 데 천재적인 그의 재주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잘 짜인 프랑스산 레이스 같은 정교함과 부드러운 붓 터치는 환상과 낭만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특징이 잘 살아있는 ‘베르툼누스와 포모나’를 살펴보자.

작품의 왼쪽에 위치한 여인이 그림의 주인공인 그리스 신화 속 숲의 요정 포모나. 나무와 과실을 사랑하는 마음에 정원을 돌보는 재주까지 갖춘 말 그대로 재색을 겸비한 미녀였다. 그녀는 손에 늘 정원용 칼을 들고 보기 싫은 가지를 자르고 접붙이고 보기 좋게 꾸미는 데 자신이 지닌 모든 정열을 쏟았다.

요즘 같으면 워커홀릭에, 능력 있는 알파걸로 불릴 법한 포모나에게는 당연히 남성들의 구애가 물밀듯 쏟아졌다. 그러나 포모나는 밀려드는 남성들의 구애도 단칼에 거절하고 오로지 대지와 나무를 돌보며 사는 데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그녀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사내 중엔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가 있었다. 포모나를 향한 그의 사랑은 뭇 사내들의 염모의 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그는 수십 가지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애썼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고심 끝에 노파로 변신해 마지막 프러포즈를 감행한다.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는 포모나의 정원에 들어가자마자 나무와 꽃들을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고는 포모나에게 이피스와 아낙자레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아름답지만 무정했던 여인 아낙자레테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청년 이피스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상심 끝에 죽은 이피스의 시신을 우연히 보게 된 후 싸늘한 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노파는 여기에 경험이 깃든 조언을 덧붙이길 잊지 않는다. “부디 아가씨도 이 이야기에 유념하시어 주저하는 마음을 버리시고 사랑하는 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세요. 그러면 봄 서리나 심술궂은 바람이 아가씨의 정원을 괴롭힐 일도 없을 겁니다.” 말을 마친 노파는 변신술을 풀어 본래의 모습인 베르툼누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였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던 얼음 공주 포모나의 마음도 그의 정성에 녹아 열리게 되고, 그렇게 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포모나처럼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참 많아졌다. 알파걸이든 골드미스든 그녀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도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놀라운 부분은 이런 여성들이 짝을 쉽게 찾지 못하는 비극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는 점. 사랑보다 일을 통한 자기성취감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거나, 공부나 일에는 단련되었지만 연애나 재테크 등 일상의 ‘실전’에는 경험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등 여러 분석도 나온다.

그 때문에, 현대의 알파걸들의 대선배 격인 포모나의 낭만적인 로맨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모나의 어원은 과실을, 베르툼누스는 계절을 의미하는데, 과일은 계절에 민감해 시기를 놓치면 썩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어 땅에 떨어지게 된다. 곧 인생에는 때가 있으며 이를 잡아야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다. 때가 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결실이 맺어지지 않는다고 억하심정을 가질 알파걸들도 있겠다. 생각해보라. 당신의 일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조금만 다른 곳으로 돌려볼 것을 말이다. 그리고 사랑을 만나길 원한다면, 그 기대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철학자 세네카도 말하지 않았는가.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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